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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가 발암물질추방사업의 일환으로 직업성 암환자에 대한 산재신청을 시작했다.
노조는 지난 2007년 8월 폐암으로 사망한 故이영만 노동자가 작업 현장에서 석면에 심각하게 노출돼 왔다며 28일 근로복지공단에 관련 서류들을 제출했다.
이번 산재신청은 금속노조 직업성 암환자 찾기 운동의 첫 사례다. 노조는 작업현장에서 무차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유해 발암물질로부터 노동자의 건강을 지켜내기 위해, 올해 특별사업으로 전 사업장에 대한 발암물질 조사사업과 더불어 직업성 암환자 찾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조합원들뿐 아니라 주변의 친척 또는 이웃까지 대상으로 삼고 직업성 암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신고하도록 한 결과, 28일 현재 40여건이 노조 노동안전보건실에 접수됐다.
노조는 접수된 사건 중 故이영만 노동자의 사망 사건이 산재시효 3년이 임박했음을 고려해 28일 근로복지공단에 우선 접수키로 했다. 다른 신청 건들은 일부 산재 시효나 환자 상태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추후 일괄로 산재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인은 지난 1986년 17살로 택시회사에 입사해 21년간 정비기사로 근무하다 2006년 폐암 진단을 받았다. 그 후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2007년 8월 39세라는 젊은 나이로 아내와 어린 자녀 둘을 남기고 세상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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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동차 수리작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 |
자동차 정비 업무 중 브레이크 라이닝 작업은 석면 노출량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인은 혼자서 최대 80대 가까운 택시를 정비해야 하는 등 심각한 양의 석면에 노출됐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03년부터 법으로 브레이크 라이닝에 석면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뒤늦게나마 규제 조치를 내 놨지만, 고인이 정비기사로 일한 기간에는 대부분의 차량에 석면 브레이크 라이닝이 사용됐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6일 원진 녹색병원은 그간 고인의 각종 진단 기록들을 검토한 결과 “고인에게서 발생한 폐암은 자동차 정비 업무 중에 노출된 석면과 관련성이 높다”는 소견서를 내기도 했다.
故이영만 노동자는 금속노조 조합원은 아니다. 고인의 폐암 사망 건이 접수된 것은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조합원인 그의 형이 고인의 아내에게 노조의 직업성 암환자찾기 운동을 소개해 줬기에 가능했다.
28일 산재신청을 위해 노조 사무실을 방문한 고인의 아내인 최보경 여사는 “남편이 사망했을 때 주위에서 산재신청을 해보라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하고 있었다”며 “뜻하지 않게 도움을 받게 돼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한편 의사의 소견서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이 故이영만 노동자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해 줄지는 미지수다. 프랑스, 영국, 독일에서는 1년에 발생하는 암 중 직업성 질환으로 인정되는 비율이 0.3%~0.5%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10 수준인 0.035%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사용자측이 피해자 가족을 적당히 회유하거나 다양한 압박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노조가 직업성 암환자에 대한 산재신청을 캠페인 수준으로 진행하면서 개인에게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직접 책임지고 추진하는 이유다.
노조는 故이영만 노동자에 대한 산재신청을 시작으로 직업상 암 피해자에 대한 보상투쟁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사례를 수집해 보상 근거 마련을 위한 ‘직업성 암피해자 보상 추진위원회’ 구성을 전문가들과 함께 추진키로 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발암물질 조사사업을 토대로, 현장에서 암을 유발하는 각종 물질과 환경을 바꿔내기 위한 투쟁도 벌여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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