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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선전을 하기위해 일어나는 몸이 무겁다. 일상화되어버린 지라 출근선전이 하는 나도 무덤덤하고, 매일 마주치며 인사해야하는 모기업 동지들의 표정도 무덤덤하다. 일터가 재미가 없으니 출근도 재미가 없다.
2006년, 모기업인 대우정밀(주)를 S&T자본이 인수하면서 더불어 S&T의 일원이 된 S&T기전(자동차 부품 DC모터 생산). 현장위원회의 일상은 익숙해진 통제에 길들여지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고, 또 한편으로는 안정된 고용을 유지하기위해 투쟁해야하는 고달픈 현실에 내던져져 있다. S&T자본이 인수하면서, 소위 말하는 평화기간이라는 개념도 사라졌다. 전쟁터가 따로 없이 매일 매일이 크고 작은 사건의 연속이다.
오늘도 푹푹 찌는 더위가 아침부터 기승이다. 모기업인 (주)S&T대우 정문앞에서 1인 시위 아침출근선전을 끝내고 현장에 들어서는데 분위기가 심상찮다. 다행히 큰소리가 없으니 큰일은 아닌 듯하여 한숨을 돌린다. 현장을 둘러보는데 대의원이 보고한다. 요지는 추석연휴기간이 짧으니 회사 창립기념일과 추석연휴뒷날을 대체하자는 것인데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단순한 내용조차 S&T자본이 달려들면 묘하게 꼬인다. 관리자는 “조합원이 파트장에게 건의하더라. 연휴뒷날을 창립기념일 하고 바꾸면 안 되겠냐고. 그래서 사장에게 건의했더니 조합에서 공문으로 요청하면 한번 생각해본단다.”고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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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8월 필자가 회사에 생활임금보장과 신규라인 정규직채용 노사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삭발투쟁을 벌이고 있다. 편집국 |
이런 식이니 자존심 상한 아주머니들이 또 한바탕 일장연설을 했고, 젊은 친구들은 그러려니 하면서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 있는 것이다.이 와중에도 쉬는 시간이 되자, 아주머니들은 어김없이 들고 온 간식거리들을 주섬주섬 꺼내 한상(?) 차리고는 둘러앉는다. 담배 피러 나가는 친구들을 불러 손에 하나씩 집어주면서 입은 쉴 새없이 아침에 있었던 상황을 보고한다.
“연휴뒷날 분명히 연차를 쓰라고 할 줄 알았는데 창립기념일하고 대체근로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누가 그런 말을 했을꼬. 우리는 생각도 못했는데. 대체근로는 안 된다”는 등.
2001년 소사장제 반대를 외치면서 결성한 현장위원회가 3년 만에 87명의 조합원에서 5명으로 줄어들었을 때, 끝까지 남아 조직을 사수했던 아주머니들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현장위원회의 중심이기는 하나 요즘 들어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어렵게 얻은 첫아이가 병 치례로 한참 돈이 많이 들어가는 00이, 어려울 때 임신했다고 투덜대는 △△이, 이런 조건에서 결혼하면 사기결혼 아니냐고 놀림 받고 있는 ◎◎이….
누구하나 여유롭지 못한 최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다. 게다가 몇 년째 잔업, 특근을 통제받고 있으니 하루라도 평온한 날이 없다. 이런 S&T자본 속에서 노동조합활동을 한다는 것은 매일 매일을 자본과 싸우듯 자신과도 싸워야 자본에 길들여지지 않는 조합활동이 가능하니 갈수록 조합 활동이 어렵기만 하다.
그래도 “S&T가 원래 그렇지”하고 체념하지 않고 투쟁하는 조합원들 덕에 더불어 나도 하루를 바쁘게 보내게 된다. 그래서 한번쯤 희망을 가져본다. 이런 자본이지만 ‘조합원들이 비빌 언덕이 하나쯤 있다면 좀 더 여유롭게 투쟁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신한숙 / 부산양산지부 정관지역지회 S&T기전 현장위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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