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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 소속 사업장에서 대공장과 중소공장을 불문하고 벤젠 등의 발암물질이 광범위하게 사용돼 온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노조가 올해 소속 사업장 63곳에서 사용되는 9천 44개 제품의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노조는 올해 특별히 발암물질추방사업을 시작했으며 이를 위해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공동으로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각종 화학제품에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는지 조사했다.
11월 현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제품 중 1급 발암물질이 4.2%, 2급 발암물질이 5.5%, 3급 발암 또는 기타독성이 확인된 물질이 37.3%로 총 47%가 발암 및 유독성 물질인 것으로 밝혀졌다. 1급 발암물질은 벤젠, 석면, 카드뮴 등 인체 연구조사에서 암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된 것들이다. 2급은 동물실험에서 발암 증거가 확인된 물질이며 3급은 동물실험에서 발암사례가 확인됐으나 아직 논란이 있는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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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속노조는 올 3월 3일 각종 발암물질 포장용기를 앞에 두고 '발암물질 추방 금속노조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조사 대상 제품 중 영업비밀 등으로 성분이 공개되지 않은 물질들이 일부 있음을 감안하면 조합원들이 생산현장에서 사용하는 물질 중 절반 이상이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거나 유독물질인 셈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업위생실장은 “조사를 시작하기 전 3급 발암물질까지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상황이 너무 심각해 목표를 축소해야 하는 것 아닌지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1급 발암물질 4.2% 발견 충격
특히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물질안전보건자료에 표기가 되지 않은 채 함유돼 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벤젠은 주로 도료, 희석제, 이형제 등에서 발견됐다. 이 중에는 발암물질 분류 기준치인 0.1%가 넘는 경우도 있었으며 소속 사업장 7곳에서는 벤젠이 위험성 경고조차 없이 사용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제조사업장에서 발암물질에 대한 관리가 얼마나 부실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벤젠은 제품이 기능하는데 필요한 물질이 아니라 오염 물질에 불과하다”며 “외국에선 엄격하게 사용이 규제돼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 세계 주요 자동차업계가 공동으로 만든 ‘유해물질목록’에 따르면 벤젠은 연료에만 0.1%로 제한해 허용하고 있으며 그 외의 경우에는 사용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국제화학사무국도 벤젠의 발암성, 변이원성, 생식독성을 인정해 ‘즉각대체물질목록’에 올려놓기도 해놨다. 스웨덴 볼보자동차는 자체 목록을 만들어 금지물질 관리물질 대체물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벤젠의 경우 유독성이 강해 금지 또는 대체물질로 분류돼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 우리나라 제조업체 노동자들은 벤젠의 함유 여부나 함량조차 모른 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서 사용않는 벤젠 아무도 몰래 사용
폐암을 일으키는 석면도 현장에서 검출됐다. H사에서는 단열재와 패킹재 등에 백석면이 함유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밖에 노조 소속 12개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가스킷, 브레이크부품, 단열재에서도 석면 함유가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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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조 발암물질진단사업단이 지난 5월 충남 A사 현장조사를 통해 발암물질과 신경독성 물질이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
노조는 일단 암 환자를 모아 산재승인을 받기 위한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이미 지난 6월부터 조합원들뿐 아니라 주변의 친척 또는 이웃까지 대상으로 삼고 직업성 암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노조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11월 현재 1백여명의 암 환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 중 세 건은 산업재해시효나 환자 상태의 위급한 정도 등을 고려해 산업재해 신청을 먼저 넣은 상태다.
나머지 암 환자 및 피해자들은 현장 발암물질과 암발병 연관성을 분명히 밝혀 집단적으로 산재신청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벌써 H사 열처리 공정에서 일하는 조합원의 폐암 발병도 보고됐으며, K사 도장공장에서는 작년과 올해 연달아 1명씩 백혈병 환자가 생긴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열처리 작업에는 폐암을 일으키는 석면 등의 물질이 사용됐던 것으로 보이며, 도장 작업은 백혈병 등 혈액암을 유발하는 벤젠과 6가크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환경단체들과 2011년 내내 발암물질추방 본격화
이와 관련해 노조는 우선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과 함께 2011년 상반기에 ‘건강한 자동차 만들기 운동’ 캠페인 추진한다. 노조는 이들 단체들과 함께 자동차업계 사용자를 상대로 △노사가 합의한 금지물질 사용 금지 △금지물질 사용이 불가피할 경우 철저한 환경관리 △환경관리능력 없는 부품사를 위한 환경개선기금 조성 △발암물질 감소를 위한 대체물질 연구기금 조성 등의 내용을 담은 협약 체결도 추진한다. 아울러 노조는 내년 자동차업종 사용자를 상대로 각종 교섭을 펼쳐 이같은 내용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은 오는 22일 정기대의원대회 때 최종 승인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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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에 보이는 '연기' 같은 것이 절삭유에서 발생되는 일종의 기름분진이다. 이것도 노동자들에게 암을 유발한다. |
한편, 법제도 개선을 위한 대정부 요구와 캠페인도 절실하다. 배현철 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노사관계로만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경우 노조의 힘이 약하거나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발암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배 실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상 발암물질 목록 확대 △발암물질 대체 및 노출방지 의무화 △발암물질 산재 인정기준 확대 등을 통해 법적 제도적으로 모든 노동자가 발암물질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배 실장은 “이제부터 지난 1년간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발암물질을 추방시키기 위한 투쟁을 벌일 것”이라며 조합원들의 관심을 주문하고 있다. 노조는 16일 오전 10시 30분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간 펼친 발암물질 세부 조사결과를 대내외에 공개하고 향후 추진계획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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