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금속노조 파란 깃발이 또 하나 올랐다.
7월14일 14시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창립 총회가 386명의 조합원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지회 조합원 뿐 아니라 많은 노동자, 시민사회단체, 학생, 정치인들이 참석해 지회 출범을 축하했다.
이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라두식 수석부지회장 말처럼 “낭떠러지에 걸려 나뭇가지 하나 잡고 있는 심정에서 그냥 떨어지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으로 참석했다. 조합원들은 ‘삼성’ 로고가 찍힌 파란 작업복을입고 참석했다. 삼성자본은 이렇게 삼성전자 ‘직원’으로 일을 시키면서 이들이 ‘삼성전자 직원이 아니다’라면서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주며 20여년을 부려먹었다. “배고파서 못 살겠다, 근로기준법 준수하라”는 43년전 전태일 열사의 구호가 이날 총회에서 터져나온 이유다.
지회 창립 총회는 굵은 빗줄기를 뚫고 전국에서 모인 조합원들의 열기가 가득했다. 총회를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선언에 천둥같은 박수 소리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박수와 함성은 그칠 줄 몰랐다. ‘밴드’라는 가상 공간에서 소통했던 전국의 지회노동자들은 처음으로 위영일, 라두식, 신장섭 동지 등 집행부 후보를 직접 보았고, 서로서로 얼굴을 확인했다.
지회 임원 선출 투표에 조합원 366명이 참여해 찬성 360명, 반대 1명, 무효 5명 찬성률 98.4%로 위영일 지회장, 라두식 수석부지회장, 신장섭 사무장을 선출했고 지회장이 지명한 부지회장 다섯 명을 확정했다.
위영일 지회장은 당선 인사말에서 “직원과 가족들의 노동권, 인권을 위해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라두식 수석부지회장은 “최고 기술자의 삶을 빼앗아간 저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기술자의 자존심을 반드시 보여주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신장섭 사무장은 “각기 다른 센터에서 모르고 살았던 전국의 우리들이 이제 하나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다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 총회가 끝나고 출범식이 이어졌다. 박상철 노조 위원장은 “세상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 삼성은 무노조 경영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법이 보장한 노동자 권리를 무시하는 삼성자본을 그냥 둘 수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노동조합 무풍지대인 삼성에 맞서 2013년 금속노조가 민주노조 깃발을 꽂았다. 15만 조합원을 대표해 삼성전자서비스 동지들이 자랑스럽고 환영의 인사를 전한고”고 말했다.
권영국 삼성전자서비스 위장도급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변호사는 “은수미, 장하나 민주당의원,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참여연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등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치시민사회단체들이 있다. 수원 삼성서비스센터에서 가장 먼저 일인 시위 등이 조직된 것은 이런 지원단체들이 주변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오늘 삼성무노조 철옹성이라는 개똥철학이 깨졌다”며 “여러분들이 헌법의 권리를 지켰다. 노동조합은 돈이 아니다, 인간선언이다”고 말해 조합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남신 한국비정규센터 소장은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살았던 굴종의 노예에서 오늘은 인간으로 새로 태어난 날이다. 이제 승리를 확인하는 일만 남았다”며 힘주어 말했다.
14시부터 세시간 동안 쉼없이 총회와 출범식이 이어졌지만 조합원들은 지치지 않았다. 삼성의 무노조 신화가 깨지는 날 출범식 마무리는 ‘금속노조가’였다. 총회 시작때 구호 외침이 어색했지만 출범식 끝날 때 쯤 조합원들은 더 이상 어색해 하지 않고 주먹을 불끈 쥐고 ‘금속노조가’를 부르며 “투쟁”, “민주노조 사수 투쟁”을 힘차게 외쳤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민주노조 사수’, ‘비정규직 철폐’ 투쟁의 서막이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