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29일, 파나진은 일방으로 경북 영천 공장 폐업을 통보했다. 공장 앞에 붙은 폐업 결정과 출입금지를 알리는 공고문 한 장으로 노동자들에게 10~20년 동안 일했던 공장에서 나가라고 했다. 이날부터 파나진지회 조합원들은 원직복직과 공장 재가동을 요구하며 공장 사수 투쟁에 나섰다.
경주지부 파나진지회 13명 조합원은 3개월째 불 꺼진 공장을 지키고 있다. 매일 아침 출근해 철야농성을 진행 중이다. 공장은 전기와 수도가 모두 끊긴 상태. “공장 가동할 때 사람 다닐 틈 없을 만큼 자재며 제품이 쌓여있던 곳인데…….” 공장은 예전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3개월째 영천공장 사수 투쟁
폐업 통보할 때까지 회사는 단 한 차례도 노조와 대화하지 않았다. 회사는 해고통보서를 집으로 보내고 공장에 ‘1월29일자로 퇴사처리 했으니 모든 개인 사물을 정리해 퇴근하라’는 공고문이 붙였다. 조합원들은 “너무 억울하다. 10년 넘게 일한 공장에서 대화 한 번 않고 일방으로 문 닫아버리는 경우가 어딨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집보다 공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폐업 얘기 듣는 순간 가슴이 무너졌다”고 회상했다.
파나진은 대전 바이오사업부와 영천 철강사업부를 운영해왔다. 조합원들은 영천 공장 폐업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득수 지회 사무장은 “영천공장 매출이 파나진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했다”며 “매년 400~500억원의 매출을 냈고 폐업 전에 특별한 어려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배상규 지회장은 “2012년 4월 취임한 대표이사는 애초부터 영천공장을 운영할 생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배 지회장은 “사장은 영천 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바이오사업만 진행하려던 목적이 있었다”며 “이미 지회와 임단협 교섭을 하는 과정에서 폐업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증언했다.
일방적인 폐업 통보, 하루아침에 해고
파나진지회는 2012년 5월1일 설립했다. 지회 설립 이후 회사와 교섭했지만 “대안이 없다”는 답변을 반복하면서 교섭을 지연해왔다. “조정회의를 갔는데 조정관들도 이런 회사는 처음 봤다고, 회사가 파업을 유도하고 있다고 얘기할 정도였다”는 것이 지회의 설명이다.
교섭 진척이 없어 지회는 7월16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해 대전 본사 상경투쟁 등을 진행했다. 지회는 9월1일 파업을 철회하고 현장에 복귀했다. 김 사무장은 “복귀한 뒤에 조합원들은 청소하고 기계 정비하고 작업 준비하면서 공장 가동하려고 노력했다”며 “하지만 회사는 자금이 없다면서 원자재 투입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폐업 통보 이후 지회는 주1회 대전 본사를 찾아가 투쟁을 벌이고 있다. 대표이사가 책임지고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 배 지회장은 “우리가 찾아가면 사장은 출근 안하고 공장 문은 다 걸어 잠급니다. 대화를 하자고 하는데 아예 묵묵부답입니다”라고 회사의 태도를 규탄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아무리 대화하자고 찾아가도 대답 한 번 하지 않는다. 평생 일해서 회사 키운 노동자들을 모르쇠로 외면하는 모습을 보면 모멸감이 들 정도”라고 분노했다.
“회사는 지난 주 부터 아예 대화는 없다. 법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 밝혔습니다. 우리는 대전 본사 투쟁에 집중해서 반드시 사장 만나 대화할겁니다.” 배 지회장은 노동자들을 무시하고 있는 회사에 대한 분노를 토했다. 이런 와중에 최근 회사는 영천공장에 CCTV를 설치하려고 했다. “제품 다 팔아버리고 아무것도 없는데 무슨 CCTV를 설치 하냔 말입니다. 공장 안에 있는 조합원들 감시하려는 목적 아니겠습니까.”
대화거부, 묵묵부답… “영천공장을 돌려라”
공장에서 나가라는 내용증명도 수차례 집으로 보내고 있다. 파업 철회 후 회사가 자재 투입 등을 하지 않으면서 조합원들은 70~80만원의 임금을 받아야 했다. 폐업 이후에는 그마저도 없어 생계 어려움도 큰 상황. 하지만 조합원들도 이대로 공장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한다.
노동자들은 이사회의 폐업 결정을 철회하고 영천 공장 재가동을 요구하고 있다. 부당한 폐업 해고를 철회하고 원직복직해 영천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배 지회장은 “현 대표이사가 공장을 돌릴 생각이 없다면 매각해서라도 고용승계하고 공장 정상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조합원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고용 끝까지 지키기 위해서 버텨야죠”라고 말한다. “원직복직, 공장 재가동 위해서 좀 더 강력한 투쟁을 할 겁니다. 우리 전 조합원이 같이 일하도록 싸우겠습니다.” 배 지회장도 결의를 밝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