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 포승공단의 주식회사 ‘우리’. 이곳에서 지난해 10월 새롭게 설립한 경기지부 우리지회 조합원들이 일하고 있다. 4월23일 성실교섭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첫 경고파업을 벌인 우리지회 조합원들을 만났다.
지회 조합원은 현재 23명이다. 현장 노동자의 절반 수준이다. 많지 않은 숫자지만 지회 설립부터 지금까지 한 명 이탈 없이 똘똘 뭉쳐 있다. 신규 지회 모두 어렵게 시작하지만 이 노동자들도 지금껏 노조 깃발을 지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회사는 늘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고 교섭에 나오긴 하지만 형식적으로 권한 없는 사람 앉혀놓고 시간만 때우지,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준규 지회장은 회사의 태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회 설립 후 회사는 조합원들에게 노조를 탈퇴하라고 회유하기 시작했다. 노조 탈퇴하면 진급해주겠다고 회유해도 조합원들이 넘어오지 않자 일방적인 전환배치와 잔업, 특근 배제가 이어졌다. 회사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2013년 임금 인상을 결정하고 비조합원에게만 적용하고 있다.
노조 지키려 아르바이트하는 조합원들
원체 낮은 임금에, 장시간 잔업 특근으로 생계를 유지해왔던 이들에게 잔업, 특근 배제는 생활의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이 지회장은 “평균 연령이 45~50세입니다. 한창 돈 들어갈 일 많을 때인데 몇 달째 월급 120~130만원 받아가며 버티고 있습니다. 금전의 압박을 가하면서 노조 그만두라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한 조합원은 “이 돈으로 살 수가 없으니 대학 다니는 아들 한 명은 휴학하고, 한 명은 군대 보냈다”고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조합원들도 있다. 23일 결의대회를 시작하기 전 한 조합원이 타코야끼(일본식 간식)를 판매하는 차를 공장 앞에 주차했다. “저 차로 우리 조합원이 일마치고 저녁에 장사합니다. 지회 만들고 나서 잔업 못 하니까 저렇게라도 먹고 사는 거죠.” 덕분에 결의대회에 참석한 지역 노동자들은 우리지회 조합원이 직접 만든 타코야끼 맛을 볼 수 있었다. 대형마트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대리운전을 하기도 한다.
“이제 퇴근시간이니 또 가봐야죠. 쉽지 않지만 이정도가 힘들다고 하면 안 되죠. 노조는 절대 포기 못하니까 버텨야죠.” 이 노동자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노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뭘까. “지금보다 더 나은 공장에서 일하고 싶어요. 그 이유 하나예요.”
15시간 노동은 기본, 사막 같은 현장
‘우리’는 부품용 주물모래를 가공하는 업체다. 공장 안에 수 만 톤의 모래가 쌓여있다. “현장 환경은 최악입니다. 모래 먼지에 화학약품에……. 탄광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릅니다. 우리는 사막에서 일한다 생각하고 작업합니다.” 한 조합원이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이 환경에서 15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은 이들에게 일상이었다.
새벽 6시 출근해 밤 11시, 12시까지 일하는 것은 기본이다. “12시는 무슨. 새벽 5시까지 일 해봤어”, “나는 36시간 연속으로 일 해봤어요. 한 달에 잔업이 200시간이던 적도 있는데요.” 물량을 맞출 때까지 집에 가지 못하고 일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단다. 이 지회장은 “원래 퇴근시간이 오후 5시30분입니다. 그때 퇴근하면 조퇴한다고 얘기할 정도”라고 덧붙인다.
“회사는 매년 매출이 늘어납니다. 40명이 일해서 450억원 매출을 냈어요. 정말 엄청나게 일 한거죠. 일이 늘어나면 사람을 더 써야 하는데 회사는 작업량만 늘려왔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젊은 사람이 새로 들어와도 삼일 이상 버티는 걸 못 봤다고 한다. 일이 너무 힘들다보니 노동자들끼리 친목을 쌓을 시간조차 없었다.
“작지만 강한 지회, 우리지회 만들겠습니다”
또 다른 조합원은 “회사는 날마다 성장하는데 노동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없었다”고 말한다. 이 지회장도 “우리는 월급 받을 때까지 내 임금이 얼마나 올랐는지 모릅니다. 노사협의회를 한 번 형식으로 열고 모든 것은 회사가 일방으로 결정한다”며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어떤 건의사항을 얘기해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 지회장은 “우리는 대화하고 싶습니다. 6개월을 기다렸습니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제대로 대화하고 문제 해결 합시다”라고 회사에 경고했다.
“노조 만들면서 많이 알았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당했던 것, 찾지 못한 권리,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 꼭 개선하고 인간답게 일하고 싶습니다.” 우리지회 조합원들의 요구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우리지회 조합원들은 경기지부 조합원들에게 ‘작지만 강한 조직, 꼭 승리하는 우리지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