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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C가 올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위해 금속노조 탈퇴와 기업별 노조 설립을 계획한 사실이 폭로돼 파장이 예상된다. 27일 대구고용노동청 국정감사에서 이미경 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회사 측 문건을 공개했다.
작성일이 2011년 2월 24일인 이 문건의 제목은 ‘인력 구조조정 로드맵’이며, KEC 기획조정실이 작성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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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경 의원이 9월27일 국정감사에서 폭로한 KEC ‘인력 구조조정 로드맵’. KEC지회 |
문건 첫 장에 나오는 ‘기본방향’ 항목엔 △파업자 전원 퇴직 원칙 △자발적 퇴직자 기준 미달일 경우 인력 구조조정 단행 △친 기업 성향의 노조 설립 등이 명시돼 있다. 이어 ‘추진전략’으로는 △파업자 심리적, 경제적 압박 강화 △민주노총 탈퇴 및 기업별 독립노조 설립 추진 등이 적시됐다.
두 번째 장에서 일곱 번째 장까지는 이를 위해 필요한 작업을 항목별로 나눠 구체적인 추진 일정까지 제시돼 있다. 여기엔 파업 가담자에 대한 추가징계 단행, 희망퇴직 실시 계획도 담겨 있다.
특히 이 문건엔 정부기관과 공조체계를 구축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구조조정 발표’ 단계에서 “노동부, 지방노동위원회 사전공유”가 필요하다고 언급돼 있으며, ‘후속 조치사항’으로도 지방노동위원회, 경찰서, 시청, 경총, 상공회의소 등과 상황 공유 및 관계 유지 계획이 적혀있다.
이미경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이 문건을 근거로 제시하며 “구미고용노동청이 KEC의 노조탄압에 대해 ‘증거가 없다’며 수사하지 않은 것은 구미지청이 사측과 공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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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경 의원이 9월27일 국정감사에서 폭로한 KEC ‘인력 구조조정 로드맵’. KEC지회 |
한편 이 문건에 나온 계획 중 일부는 실제로 현실화되기도 했다. 지난 7월 복수노조가 허용되자 회사엔 곧바로 기업별 노조가 설립됐다. 회사는 금속노조 KEC지회가 교섭대표권을 가진다는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신생 노조와도 교섭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회사는 노동위원회에서 부당 징계해고를 인정받은 조합원들 중 일부에게 지난달 대기발령을 내리는 등 추가 징계를 실시하기도 했다. 희망퇴직의 경우 공개적으로 실시하지는 않았지만 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퇴직을 종용해 현재까지 총 2백여명이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심부종 KEC지회 사무장은 “노조 탈퇴와 친기업 노조 설립 계획이 명시된 이 문건은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라며 “법적대응을 비롯해 회사를 압박할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회사는 최근 교섭에서 노조 측에 △상여금 900%에서 400%로 삭감 △각종 복리후생성 경비 지급 중지 △교대수당 폐지 △희망퇴직, 순환무급휴직 및 연월차 사용 등을 제시했다. 현재 지회는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고통을 전가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안이라며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지회에 따르면 회사는 신생 기업별 노조에게도 같은 내용을 가지고 교섭을 하고 있으나 의견접근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EC는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 지회가 파업을 벌이자 6월 30일 650여명의 용역을 투입해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지회는 타임오프 문제 등 핵심 요구안을 철회했음에도 회사가 태도를 바꾸지 않자 10월 21일 1공장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같은 달 30일 밤 농성 대표였던 김준일 구미지부장은 회사와 교섭 중 벌어진 경찰의 체포 작전에 항의해 분신했다.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자 노사는 지난해 11월 3일 △점거농성해제 즉시 본교섭 개최 △노사 간 요청이 있을 시 즉시 교섭 재개 △징계, 손해배상, 고소고발 최소화 등에 합의하게 된다. 하지만 이 합의 이후에도 직장폐쇄와 파업이 지속되다 지난 5월 지회가 업무복귀를 전격 선언하면서 6월 13일 직장폐쇄가 1년 만에 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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