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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13일 노사안정 기원제에서 읽은 가족 편지글


글쓴이: 시원소주

등록일: 2007-09-22 09:51
조회수: 1572 / 추천수: 8
 
아래의 글은 지난 9월 13일 노사안정 기원제에서 읽은 가족 편지글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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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날씨가 아침, 저녁으로 제법 찬 기운을 품고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무척이나  더워지만 계절은 벌써 초가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지회장님을 비롯해 조합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다들 파업과 철야농성을 하고 있어 지치고 힘들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가고 회사는 직장폐쇄를 하는 것을  지키보고 있는 가족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누구의 잘못을 탓하기 전 ‘이 문제가 대화로 해결 할 수 없었나’ 라고 저 스스로 생각합니다.  

회사가 왜 직장폐쇄를 하고 노동조합이 왜 파업을 하는지에 남편에게 귀동냥을 해 들었지만 도통 이해되지 않은 것이 참 많습니다. 저희 남편은 조합원입니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입장만을 저에게 강요하는지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회사가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지”라고 하면서 남편의 이야기에 빈정대고 한편으로 한쪽 귀로 듣고 한쪽으로 흘렸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남편에게 “중립적인 입장에서 이야기해야한다”라면서 철 없는 충고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남편 말이 참말인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며칠인지 날짜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그날 애들 데리고 마트에 시장 볼러 갈 요량으로 정문을 지날 때 였습니다. 애들에게 차마 보여서는 안 될 광경이 벌여지고 있었습니다. 회사사람들과 조끼를 입은 노동조합 간부들은 심하게 다투고 있었습니다. 우리 옆집 민석이 아빠가 저렇게 화를 내는 모습도 처음 보았습니다.

‘그럴 사람이 아니데’ 중얼거리면서 차를 돌려 집으로 갔습니다. 다투는 내용은 잘 듣지 못했지만 저 기억은 아주 심하게 다투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지난 밤 남편의 이야기가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회사 그 사람들 노조 파괴하려고하고 있다” 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습니다.
우리 애들에게 “친구하고 싸우는 것은 나쁜 짓이야”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애들 참 기억력 좋습니다. “저 아저씨들 참 나쁘다 그치 엄마”라는 큰애 이야기를 듣고 “나쁜 것이 아니고 권리와 찾기 위해 하는 일이야” 선무당 사람 잡듯이 짧은 답을 했지만 참으로 마음이 무거운 오후였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자신도 없었고 저 자신도 혼란스러웠습니다. “회사가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지”라고 중얼거리면서....

몇 달 전 재활용 수집장 천장과 문을 회사에서 수리 한 적이 있습니다. 다들 개선된 재활용장을 보면서 회사 칭찬 한마디씩 거들었습니다.  
요즘 아파트 주변에 철제문과 철조망을 보면서 처음에는 무관심하게 지켜보았습니다. 혼자 생각에 “좀 도둑이 많이 있나”라고 생각했지만 보기에는 흉물스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회사에서 ‘주민들 편리를 위해 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만 했습니다.  
하지만 철제문, 철조망 설치한 사실을 알고 다시 한번 혼란이 가중되었습니다. 애 아빠 말처럼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위해 설치된 철제문 그리고 철조망을 보면서 동물원 입구다, 입에 담기 싫지만 교도소라는 이야기를 아주마 끼리 모이면 자연스럽게 합니다.      
차리리 동물원이면 내일부터 들어오는 사람들 입장료 받자는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나누면서 아주마들의 오후시간을 보냅니다. 아주마들의 수다는 시댁식구, 남편 흉불 때 시간 가는줄 모르지만 요즘 우리 아파트 아주마들의 수다는 우리도 이제 나서야한다. 남편들만 하는 것이 아니고 가족들이 나서야 이길 수 있다는 투쟁수다를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스러운 마음은 이제 정리되어 갑니다. 집에서 살림하는 아주마들이지만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실린 글과 사진을 보면서 “회사가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회사가 저러니 우리 남편이 파업하지 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존경하는 회장님, 사장님
한번도 뵙적은 없지만 사정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편지한통이 저희 집으로 왔습니다. 처음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17일 애 아빠보고 경찰서로 출두하려는 출두통보 였습니다. 저희 남편 속도위반해 벌금은 낸 적 있지만 경찰서에 들락날락할 위인은 아닙니다. 남편에게 “무슨 일이냐?라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물었습니다.
남편은 “걱정할 것도 없고 신경 쓸 일도 아니다. 임금인상하자는데 회사에서 방산조합원들을 고소, 고발했고 내 말고 140명이 더 있다. 그날 회사에서 반차써라 해 반차 써고 지부총회에 참석한 죄 밖에 없다”는 말을 듣고 위안은 되었지만 종업원들 한, 두명도 아니고 140명을 고소,고발했다는 애 아빠 이야기는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존경하는 회장님, 사장님
종업원들 고소고발 하지 마시고 교섭을 빨리해 추석때 즐거운 마음으로 시댁에 갈 수 있도록 해 주십시요. 애 아빠가 고소고발 당했는데 어떻게 경건한 마음으로 조상차례를 지날 수 있습니까? 애 아빠를 비롯해 다른 분들 고소고발 철회 하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고향에 다녀올 수 있도록 정말 도와 주십시요
그리고 저희 남편 월급이 회사가 바뀌기 전 보다 6백만원 정도 줄였습니다 ‘매각되고 새 회사되면 좋겠지’라는 기대감을 채워주시길 바랍니다. 학원비 줄이고 외식도 줄이고 모든 살림살이 줄이고 있지만 매각 전 보다 살림살이가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직원들 살림살이도 많이 신경써 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지회장님 그리고 여러분들
애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싸우는 것은 나쁘지만 정당한 권리를 찾고 지키기 위한 싸움은 나쁜 것이 아니다” 라고 이야기 할 자신이 있습니다.  
우리 큰애에게 정당한 권리를 찾고 지키는 것은 소중하다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이번 투쟁 꼭 이기도록 합시다. 함께할 때 더욱 아름다운 것이 사람들의 삶이기에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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