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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수노조다 뭐다 친했던 사람들 등뒤에 비수 꽂고…”


글쓴이: 조수원열사정신계승사업회

등록일: 2011-12-29 16:18
조회수: 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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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잠 좀 자자"던 유성기업 노조의 처참한 오늘


MB까지 '연봉 7천' 상황 호도하던 유성기업에 기업노조 들어서
"밤에는 자고싶다" 파업했지만…사측 용역 승합차 돌진 '무차별 폭력'
노조 둘로 나뉘며 형제도 '
이별 아닌 이별'…더 힘든 싸움

충남 아산시 둔포면에 위치한 유성기업 아산공장 안에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노조 사무실이 있다. 불과 20여미터 남짓한 거리다. 한쪽 사무실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천천히 걸어가면 채 다 피우기 전에 다른 사무실에 도착한다.

공장 식당 건물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유성기업지회(이후 유성지회) 사무실이 있다. 지난 19일 찾은 노조 사무실은 드나드는 노조원들로 분주했다. 노조 사무실 주변으로는 이따금 지게차가 지나다니고 규칙적인 기계 소리만 들려올 뿐 공장은 평화롭기까지 했다. 지난 6월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살풍경은 간데없었다. 홍종인 유성지회 지회장은 "당시 파업 노조원들은 해고자와 정직 3개월 먹은 사람 빼곤 거의 공장에 복귀했다"며 "해고자 등도 지회 사무실에 나와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새 노조 "어떻게 경찰을 상대로 싸울 수 있느냐"

유성지회는 올 5월 "밤에는 잠 좀 자자"며 야간 노동의 문제점을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게 만든 주인공이다. 보수언론은 이를 두고 "부품 업체 강성 노조의 파업으로 완성차 업체 제조 중단 우려"라는 바람몰이를 벌였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이례적으로 나서 "연봉 7000만원 근로자들의 불법파업"에 대한 엄정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봉 7000만원" 주장은 근속년수 25년 이상의 노동자가 주야간 잔업, 특근을 모두 했을 때나 가능한 예외적인 사례로 일반 노동자의 상황을 호도한 것이었다.

유성지회 길 건너에는 유성기업㈜ 노동조합(이하 기업노조)의 사무실이 자리잡고 있다. 이날 찾은 사무실에는 간부 4명만이 컴퓨터를 바라보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내부 집기들도 사람 손때를 안타 말끔했다. 유성기업은 올해 가장 격렬한 노사대립이 있었던 사업장이다. '새로운 노사문화'를 표방하고 나온 새 노조는 지난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이날 사무실에서 만난 기업노조의 한 간부는 "어떻게 경찰을 상대로 싸울 수 있느냐"며 당시 유성지회의 대응 방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승합차 돌진에 소화기까지 용역과의 전쟁

최근 2년 사이 유성기업에서는 뇌출혈, 돌연사,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등으로 5명의 노동자가 죽어나갔다. 밤낮이 뒤바뀌는 야간 근무가 주 원인으로 꼽혔다. 2009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사합의가 있었지만 사쪽은 그 뒤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노조는 지난 5월18일 파업을 결의했다. 회사는 기다렸다는 듯 같은날 오후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직후인 19일 자정 회사 쪽 용역직원이 몬 승합차가 노조원들에게 돌진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13명을 들이받아 김아무개(47) 노조원이 목뼈가 부러지는 등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파업 일주일째인 24일에는 공권력이 공장에 투입돼 노조원 533명을 전부 연행했다. 일터에서 쫓겨난 노조원들은 공장 부근 비닐하우스에서 합숙하며 복귀투쟁을 벌였고 그 사이 공장은 용역직원(CJ 시큐리티 소속)들이 사수하는 '요새'로 변해 버렸다.

지난 6월22일 용역직원들이 정문을 열고 쏟아져 나와 무차별 폭력을 가했다. 맞서는 노조원들에게 소화기를 뿌리고 다 뿌리고 난 소화기통은 집어 던졌다. 이날 용역에게 맞아 두개골이 함몰되는 등 중경상을 입은 노조원 18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용역직원 6명도 구급차에 실려갔다.

곧 경찰이 투입됐지만 공권력은 공정하지 않았다. 공장을 등지고 노동자들을 마주하고 섰다. 이날 저녁 노조원들은 공장 정문에서 촛불문화제를 치르려 했지만 경찰은 통행을 막았고 결국 충돌이 벌어졌다. 양쪽에서 110여명의 부상자가 속출했다. 하루동안 아침에는 용역과, 밤에는 경찰과 부딪힌 '전쟁 같은 하루'였다.

이후 유성지회가 제기한 직장폐쇄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조정이 성립돼 8월22일부터 노조원들은 순차적으로 직장에 복귀하면서 노조는 '직장 내 투쟁'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에 앞서 회사는 해고자 27명을 비롯해 정직에서 견책까지 유성지회 조합원 333명에게 징계를 내리는 한편 복귀 노동자들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였다. 새 노조는 먼저 복귀한 노조원을 중심으로 올 7월 중순께 꾸려졌다. 한 사업장에 여러개의 노조 설립을 인정하는 복수노조제는 올 7월1일부터 시행됐다.

더 힘든 싸움…형제애 갈라놓은 노노갈등

그러나 유성지회 조합원들은 그 뒤부터 더 힘든 싸움이 시작됐다고 입을 모은다. 양희열 유성지회 쟁의부장은 "돈, 인간관계, 불안 등 노조원 각자의 가장 약한 부분을 파고드는 '노조 무력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함께 싸워왔던 가족, 친구, 동료 사이에 의심의 벽이 커지는 것을 보면 눈이 돌아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양 부장이 말하는 벽은 노조와 노조 사이 경쟁의 양상으로 드러났다. 극적인 타결로 올해 노동운동의 획기적인 성과라고 평가받는 한진중공업도 "사쪽이 복수노조를 만드려 한다"는 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유성지회 노조원들이 증언하는 복수노조를 통한 '노조 압박'의 증언은 다양했다. 또 공장의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생활과 연관되거나 내밀한 개인 생활과 연결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좀처럼 드러나기 힘든 내용이었다.

김지문(남·가명) 조합원은 노조가 둘로 나뉘면서 형과 '이별 아닌 이별'을 맞게 됐다. 그의 형은 임금 차이 등을 이유로 최근 기업노조 쪽으로 조합 소속을 옮겼다. 기업노조는 12월초 "회사와 임금 협상이 타결됐다"며 "우리 노조원은 특별생산기여금 120% 등을 차등 지급 받는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조합원과 형은 2남4녀 가운데 둘뿐인 남자 형제인데다 같은 일터에서 일하는 서로의 고충을 아는 사이라 각별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조가 갈리면서 둘 사이도 금이 갔다.

"형이 옮긴 뒤부터 만나면 노조 이야기가 종종 나오곤 했어요. 형이 노조를 옮길 생각이 없냐고 하는데 하루는 '어떻게 배신을 합니까. 그런 이야기할 거면 이야기하지 맙시다'라고 단호하게 잘랐어요. 그 뒤부터 서로 서먹한데 예전 생각하면 참 답답하고 입맛도 없습니다." 김씨는 이어 "그 뒤에는 형의 권유로 다니던 교회의 집사까지 노조에 대해 말을 꺼내더군요"하고 덧붙였다.

회사 쪽의 '은근한' 압박도 이어졌다. "어느날 관리자가 불러서 '마음은 정했어'라고 묻습디다. 한 마디 말도 없다가 그렇게 이야기하니 무슨 일인가 했죠. 형과 집사님에게 노조 이야기를 듣던 와중에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아 노조 이야기이구나' 했죠."

두 노조는 조합원 영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노조가 가입자 수에 목을 매는 배경에는 복수노조 규정의 대표적 문제 조항인 '교섭창구단일화' 조항이 있다. 교섭창구단일화란 하나의 사업장에 여러 노조가 있더라도 교섭은 과반수노조 또는 노조들이 합의로 정한 노조가 맡으라는 규정이다. 이 때문에 소수로 떨어지는 노조는 자기 목소리를 잃게 된다. 유성기업의 경우 가입과 탈퇴 절차 중에 있는 노조원들이 있기 때문에 양쪽 노조가 주장하는 노조원의 숫자는 조금씩 엇갈리지만 현재 전체 노동자 564명 가운데 유성지회 소속 조합원의 비율은 약 57%, 기업노조 쪽은 43% 가량이 된다.

회사쪽, 잔업도 차별 배당

지회 사무실에서 만난 양영은(여·가명) 조합원은 "노조에 오는 것도 눈치 보여서 쉽게 못온다"며 툴툴댔다. "예전에 공장 밖에서 싸울 때는 자유로웠다면 지금은 갇혀 있는 느낌이에요. 사무실을 오려고 해도 허락받고 가래요. 사무실 앞에 씨씨티비가 설치되어 있는데 말 없이 갔다가 걸리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니까요."

그는 작업 현장에서도 "차별을 느낀다"고 했다. "저쪽 노조(기업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잔업을 시키면서 지회 가입자에게는 시키지 않아요. 같은 과니까 (작업할) 물건이 있으면 똑같이 있을텐데. '왜 차별하냐'고 따지면 '업무 태도 불성실' 때문이래요. 여기 노조 가입한 언니들이 시키는 일을 안하는 것도 아닌데 자기 마음대로 편애하는 거지 뭐에요."

이 밖에도 유성지회에서 조합원들에게 복귀 뒤 사쪽으로부터 느꼈던 부당행위들에 대해 받은 진술서를 보면 △까다로운 공정 맡기기 △기존 작업 공정에서 빼서 단순 노동 시키기 △추가 징계 협박 등 다양한 압박들이 있었다. 다수가 조기 복귀한 새 노조 조합원들과 차별적인 대우를 지적하고 있다. 양희열 부장은 "생산 물량을 가지고 기존 노조 사람들과 새 노조 사람들을 경쟁시키기도 한다"며 "이 때문에 근무 강도는 점점 높아지고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했던 원래 목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파업에 대한 공격적인 직장폐쇄, 그 뒤를 이은 선별 복귀와 복귀자 중심으로 들어선 복수노조와의 경쟁. 마치 시나리오처럼 이어져 온 숨돌릴 틈 없는 과정 속에서 애초 사태의 발단이 되었던 "밤에는 자고 싶다"던 요구는 간곳없이 사라져버렸다. 홍종인 지회장은 "주야 2교대를 주간 2교대로 바꾸자던 회사와의 협의는 현재 복수노조 문제와 각종 소송으로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밖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큰 문제는 없어요"

반면 기업노조 쪽은 "유성기업에 그렇게 큰 갈등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일 기업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안두헌 위원장은 "서로 '배신자'라고 하면서 서먹해지는 것은 있겠지만 (복수노조) 제도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마찰"이라며 "밖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사쪽이 기업노조 쪽에 편파적인 대우를 하고 있다는 증언에 대해서도 "먼저 복귀한 사람들 순으로 공정에 배치하다 보니까 뒤에 오는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경우도 있겠지만 인위적인 제재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날 사무실에서 만난 다른 간부는 "회사 쪽 관리자(소속장)들이 같은 라인에 있는데 한쪽은 금속노조, 한쪽은 기업노조이니까 어느 쪽이든 합쳐졌으면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노동조합법은 노조의 조직과 운영에 대해 사용자가 간섭하는 '지배 개입'을 부당노동행위로 금하고 있다.

유성지회는 노조의 설립 과정과 구성, 회사 쪽의 대우 등을 바탕으로 보았을 때 기업노조는 어용노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업노조 쪽은 "유성지회의 악의적인 낙인 찍기"라며 반발했다. 안 위원장은 "우리는 이념에 끌려 적대적인 관계로만 보는 노사 관계를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노조"라고 강조했다.

올 파업사태의 발단이 된 야간 노동에 대해서 기업노조는 상반된 입장이다. 안 위원장은 "(주간 2교대가 도입되면) 야간에 근무하는 조합원 150명의 임금손실 문제도 있고 기존 노조의 주장이 회사에서 도입하기엔 시기상조인 측면도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에 대해 회사 쪽의 입장을 듣고자 직접방문, 전화 등으로 취재 요청을 했으나 회사 관계자는 "이기봉 (아산)공장장이 취재요청에 대해 '입장을 밝힐 때가 아니다'라며 거절해 응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부동노동·단협위반행위 70여건 적발

고용노동부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달 15일부터 25일까지 유성기업 아산공장과 영동공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 대전노동청은 지난 26일 "감독 결과 부당노동행위와 단체협약 위반 등 70여건의 노동법 위반 사례가 적발돼 10억원의 과태료 부과와 함께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종인 지회장은 "복수노조에 대한 회사의 지배 개입 부분과 현대자동차의 개입 부분이 빠져 있는 미흡한 감독 결과"라고 말했다. 홍 지회장은 "새 노조가 설립될 당시부터 회사가 새 노조 조합장 등과 만나는 등 개입 의혹이 있었고 파업 당시 현대자동차 간부의 차에서 발견된 '노조 파괴문건' 등으로 현대차의 개입이 드러났음에도 이 부분에 대한 감독 결과는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특별감독을 실시한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관계자는 "회사의 복수노조 지배개입에 대해선 유성지회에서 지난달 말에 추가로 제출한 고소장이 있어 이를 포함해 함께 수사가 진행중"이라며 "제기한 내용을 빠르고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전노동청 발표에서는 유성기업이 △임산부에게도 3개월간 휴일·시간외 근로 지시 △지난 10월부터 11월초까지 해고 및 출근 정지자 58명의 노조사무실 출입을 정당한 이유 없이 제한 △1주간 12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를 시킨 점 등이 드러났다.

천안지청 앞 천막농성 "우리가 너무 큰 것을 바란 겁니까"

유성지회 노조원들은 현재 4명씩 한조로 돌아가면서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앞의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의 복수노조 지배 개입 등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지난 6월 유성기업에서 있었던 폭력적인 노동 탄압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29일로 농성 24일째를 맞고 있다.

지난 20일 찾은 천막에는 난로 하나에 침낭으로 몸을 둘둘 만 고상민(가명·36) 조합원 등 2명이 당번을 서고 있었다. 고 조합원은 "천막을 지킬 때면 비난보다는 지지를 보내주는 시민들이 많아 힘이 난다"고 말했다.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은 채 통닭을 시켜 보내주거나 박카스를 놓고 가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우리 싸움이 틀리지 않았구나'하고 힘을 받습니다."

그러나 노숙생활은 역시 고달픈 법이다. "이 부근이 유흥시설이 많은 곳이라 새벽 시간에도 말 못하게 소란스럽습니다. 도저히 잠을 잘 엄두가 안 나죠. 길 바로 옆이라 자동차들이 지나갈 때면 천막이 넘어갈 정도로 휘청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 무엇도 "지금 상황을 생각하면 불쑥불쑥 들고 일어나는 억울함"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토요일 오전에는 보통 주말 근무를 하지요. 한달에 두번은 야간 근무를 합니다. 야간 근무 때는 토요일 오후 퇴근 뒤 다음날 일요일 밤에 투입되야 하니 거의 잠만 잡니다. 그럼 한달에 쉬는 날이 단 2번이에요. 사람이면 누구나 아이들 보고 놀러 다니고 그러고 싶지 않겠습니까? 우리도 좀 그렇게 살아보자고 하는데 지금 상황이 이게 뭡니까? 복수노조다 뭐다 해서 우리끼리 나뉘고 친했던 사람들 등 뒤에 비수 꽂고 찢어지고…. 그 생각만 하면 도저히 멈출 수 없어요. 끝까지 함께 할 겁니다."

 

<출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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