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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내가 희망버스에 오른 이유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언제 이렇게 늘어난 것일까. ‘희망의 버스’ 내에서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다 보니 10명 중 2명이 해직자와 정리해고자였다. 장애인이란 이유만으로 사회공동체 속에서 ‘정리해고’된 사람들은 불편한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향해 2시간 넘게 빗길을 묵묵히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희망’이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크레인 위의 김진숙 위원을 ‘위로’하기 위해 갔다기보다, 자신이 처한 절망적 현실 역시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모이면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보고 싶어 간 사람들이었다. 세상을 바꾸기 쉽지 않다면 ‘목격자’라도 되고 싶다며 버스에 몸을 실은 시민들도 많았다.
이모씨(한진중공업 본사 직원 부인) = “남편이 서울에 있는 한진중공업 본사에서 일한다. 올봄부터 해고노동자들이 본사 앞에서 농성을 해 남편을 비롯한 본사 직원들이 교대를 해가며 회사를 지킨다는 말을 들어왔다. 같은 회사 안에서 어떤 노동자는 해직당해 농성하고 또 다른 노동자는 월급을 받아가며 그들을 저지해야 하는 상황이 처참하다. 남편도 심정적으로는 공감하지만 같이 오지 못해 아쉽고 미안하다고 했다.”
달연두(별명) = “책에서 읽은 구절 중 이런 구절이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목격자가 돼 주자. 목격자를 두려워하는 사람 앞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버스를 탄 이유다.”
김승훈씨(금속노조 KEC지회 부지회장) = “희망버스 사람들을 만나면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참여했다. 1년여 파업을 끝내고 얼마 전 회사로 복귀했지만 여전히 용역들이 회사에 상주하고 있다. 노조 활동을 한 사람들이 앞에 지나가면 침을 뱉고 옷도 따로 입힌다. 한진중공업 상황이 남의 얘기가 아니다.”
황정화씨 = “정리해고, 비정규직 하면 예전에는 ‘불쌍하다’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 시민들은 ‘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동정만으로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부산까지 올 수가 없다.”
김영승씨(일제고사 반대 해직교사) = “일제고사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해직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음에도 재벌기업 소유의 재단은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 한진중공업도 그렇지만 더 이상 자본의 권력 남용으로 인한 피해자가 없었으면 좋겠다. 4년제 대학을 나와도 비정규직을 전전하거나 실업 상태에 몰리는 지금, 한진중공업 사태는 내 제자들이 나중에 겪을 문제다.”
김도일씨(전직 은행원) = “원래 사회에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모임에 나갔다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차 희망의 버스 때도 갔는데, 그때 머리가 백발인 한진중공업 직원 분이 우리를 반기면서 서글프게 우셨다. 얼마나 서럽고, 또 얼마나 고마웠으면…. 그 분 생각이 나서 또 버스를 타게 됐다. 우리 사회는 가진 자의 비리에는 관대하면서 약자에게는 너무 잔인하다.”
민모씨(정부 부처 산하기관 직원) = “만에 하나라도 크레인에 올라가 있는 김진숙 위원이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싶어, 힘을 주려고 참여했다. 크레인에 올라가 있는 분들 모두 우리처럼 생활에 부대끼며 사는 보통 사람들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공감해주고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오히려 기운을 얻어 돌아간다.”
금태섭씨(변호사·전직 검사) = “1차 희망의 버스를 탔다가 경찰 소환장을 받은 참가자 대부분은 한진중공업이나 김진숙 위원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다. 경찰 입장에서는 실정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것이겠지만,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에게 소환장을 들이미는 것이 과연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일까. 크레인 위에서 외롭게 고생하고 계신 분에 대한 예의로라도 꼭 한번은 가고 싶었다.”
김예인양(국악예고 3학년) =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아버지와 함께 집회에 자주 참여하고 있다. 학생이라고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사람들이 밤샘 집회로 지칠 때 기운을 내게 해주려고 해금을 들고 나왔다. 새벽 1시쯤 대치 상황이 소강상태일 때 해금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을 연주했는데 다들 좋아해주셔서 기뻤다.”
<이 기사는 경향신문에서 발췌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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