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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도망쳐도 비정규직…더 갈곳 없다”


글쓴이: 조수원열사정신계승사업회

등록일: 2010-12-08 17:18
조회수: 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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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르포
단전·단수 칼바람 농성장
배고픔에 3명 영양실조 실신


사흘 전 회사 쪽에서 포클레인을 동원해 찢어버린 동쪽 창문이 밤새 칼바람을 토했다. 점거농성 23일째인 7일 새벽, 비정규직 노동자 400여명은 딱딱하게 굳은 몸을 쉬이 일으키지 못하고 여명을 맞았다. 이들이 농성중인 울산 현대자동차 1공장 3층은 출입이 차단되고 전기와 수도마저 끊겨 ‘차가운 겨울 섬’이었다.
“원청이세요, 하청이세요?” 김아무개(28)씨는 공장 구석에 비닐을 덮고 누워 이 지긋지긋한 말을 떠올렸다. 총각인 그가 울산에서 여성을 소개받을 때마다 받은 질문이다. 김씨는 농성 20일째 되던 날 화장실에 가다가 실신했다. 한참 뒤 깨어난 그에게 동료들은 아껴둔 초코파이 하나를 먹였다. 거제도에서 태어난 그는 조선소 비정규직이 싫어 울산으로 도망쳤지만, 결국 현대차에서도 6년7개월을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김씨는 “7월22일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도 2년 이상 일했다면 직접고용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보고 노조에 가입했다”며 “비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더는 도망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농성장 곳곳에서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차별’의 실체를 토해냈다. 차별은 컨베이어 벨트가 돌듯 일상적으로 반복됐다고 했다. 농성장 중앙의 ‘도어 탈부착 공정’에서 6년째 일해온 김아무개(40)씨는 “같은 라인 8명 가운데 4명이 비정규직인데 힘들고 위험한 일은 언제나 우리들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짝을 떼는 일에다 프라이머 등 화학물질을 차체에 바르는 일까지 한다”며 “화학약품 냄새에 늘 어지럽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 7월 손목 연골이 파열돼 수술을 받았지만, 산업재해 처리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농성중인 이들에게 고립과 추위보다 더 큰 공포는 배고픔이다. 7일까지 3명이 영양실조로 쓰러졌고 100여명이 농성을 포기했다. 먹을 걸 준비할 새도 없이 농성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하청회사의 폐업에 항의하던 동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집단 구타를 당하고 연행됐고, 이에 항의하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작업복 차림으로 1공장 3층을 기습 점거했다. 공장에는 장비뿐이었다. 하루에 한 차례뿐인 배식은 고통스런 순간이다. 400여명 중 유일한 여성 노동자인 김미진(31)씨가 배식을 맡는다. 6일 오후 6시, 종일 굶은 노동자 2명당 3줄의 김밥이 나눠졌다. “정규직 노조가 오후 3시에 들여보내준 김밥인데 그때 먹으면 밤새 너무 배고플 테니 이제야 나눠준다. 김밥이 다 식었다.” 김씨가 울먹이며 말했다.

김씨에게 ‘비정규직’이란 단어는 그와 가족을 옥죄는 족쇄 같은 것이었다. 그는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인 부모 밑에서 맏딸로 자랐다. 1998년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 대학에 합격했지만 외환위기 여파로 입학을 포기했다. 그도 부모처럼 현대차 2공장에서 비정규 인생을 시작했다. 계약직으로 1년 만에 해고됐다가 2001년에 다시 입사했다. 4년 전엔 비정규직인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지난 6월 함께 품질관리 일을 하던 여성 노동자 5명이 해고되면서 그에게도 다시 ‘고용불안’이 엄습했다. 7월에 비정규직지회에 가입했고, 지난달엔 금속노조 대의원으로 선출됐다. 농성장에서 버티고 있는 단 1명의 여성인 김씨는 “내가 여기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바깥의 여성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가운데 여성 비정규직은 더 약자인만큼 여성 비정규직의 이름을 걸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현재 현대차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아버지에게 회사 쪽은 “딸의 농성을 그만두게 하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홧김에 딸에게 전화해 “처음으로 네가 부끄럽다”고 화를 냈다. 그러곤 잠시 뒤 “미안하다”는 휴대전화 문자가 왔다. 평생을 비정규직으로 살아온 부녀는 가혹한 겨울을 나고 있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농성장은 갈수록 고립되고 있다. 회사는 공장 정문을 16개의 컨테이너로 가로막았다. 농성장인 1공장으로 들어서면 수백명의 정규직 관리자들이 3층의 농성장으로 향하는 계단 아래에 빽빽하게 서서 감시한다. 6일부터 1층 생산 공정 일부가 재가동되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숙련 노동자를 데려다 수작업을 하고 있는데, 결국 불량이 얼마나 많아지겠냐”며 발을 굴렀다.

그렇지만 농성장은 23일째의 점거농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깨끗했다. 잠자리를 위해 곳곳에 박스와 비닐을 깔아놨을 뿐 생산 라인은 손대지 않았다.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장은 “조합원들이 대부분 5년 이상 현대차에서 일해온 이들이어서 라인에 애착이 크다”며 “당장 내일이라도 다시 라인을 돌릴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조를 짜서 화장실 청소까지 하고 있다.

농성장에 들어오지 못한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정문 앞 컨테이너벽 옆으로 20여개의 텐트를 쳤다. 텐트마다 소속 파견업체의 이름이 붙었다. 텐트끼리는 아직 서먹하다. 그동안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음 모인 것이다. 이상수 지회장은 “서로 다른 업체에 소속돼 얼굴도 잘 모르던 비정규직들이 함께 농성을 할 수 있는 동력은 그동안 차별받고 무시당해온 기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농성장에서 만난 이아무개(38)씨는 “2005년부터 현대차에서 일했지만 언제 집에 가라고 할지 모르는 현실이 가장 두렵다”며 “하청회사가 폐업하면 새로 문을 연 회사에 신입으로 계약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들”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등 뒤로 ‘나는 정규직이다’, ‘얼른 끝내자’ 등의 소망이 적힌 쪽지들이 공장 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이 기사는 한겨레신문에서 발췌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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