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투고] 정리해고를 앞둔 구미 KEC 노동자 이야기
1월 13일, 새해를 맞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미 KEC 노동자들은 해고 예고장을 받았습니다. 작년 6월, 파업을 철회하고 현장에 복귀한지 7개월만입니다. 회사는 우리가 임금삭감을 거부했기 때문에 어려운 회사를 살리기 위한 방안은 해고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2월 14일 우리는 수십 년 청춘을 바쳤던 회사에서 쫓겨납니다.
해고 예고장을 받은 우리는 울지도 못했습니다. 해고통보를 받지 않아 산 자가 된 동료들이 저희들에게 눈물을 보였습니다. 나쁜 건 회산데 동료들이 아파합니다. 너무나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다닌 회사입니다. 회사를 위해서라면 어떤 힘든 일이라도 기꺼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우리에게 회사는 직장폐쇄, 용역깡패의 폭력, 교섭거부, 7주간의 ‘묵언수행’, ‘다나 가라’, ‘나가라다’라는 답지의 반 인권적 교육, 그리고 정리해고로 답했습니다.
회사 교섭위원이었던 모 부장은 “애초에 회사의 입맛에 맞는, 회사 말을 따라줄 노조 집행부를 만들기 위해 그렇게 계획했다”고 스스로 말했습니다. 기업이 노동자를 길들이고자 범죄를 공모 실행하고 부하직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습니다. 회사는 “일 잘하는 사람보다 말 잘 듣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2월 14일 우리는 해고됩니다. 하지만 의외로 담담합니다. “안 아픈 줄 알았는데 너무 아파서 감각이 없었던 것”이라는 글을 봤습니다. 멍 든 가슴에 계속되는 망치질에 저도 그렇게 됐나 봅니다. 그러나 같이 해고되는 동료들의 눈을 들여다보면 눈물이 납니다. 너무 아파서 숨죽인 감각도 살아나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KEC는 3년째 극단적인 노조탄압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전국 1호 복수노조 설립’으로 언론을 장식했고, 이 노조는 회사 주도 하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 같은 부당노동행위 등을 이유로 회사는 작년 말 노동청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습니다.
회사는 이미 1년 전에 복수노조를 만들고 파업에 참가했던 노동자 모두를 정리해고 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번 정리해고는 임원과 관리자 연봉을 인상하기 위한 재원마련용임이 확인되었습니다. 회사는 이 같은 사실이 국회에서 공개되자 침묵했습니다.
2010년 파업으로 300명 넘는 노동자들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회사는 노조파괴를 위한 용역 인건비로만 56억을 썼습니다. KEC는 최저임금 위반으로 대표이사가 처벌받기도 했습니다. 경영악화로 정리해고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하면서도 우리가 요구한 경영 자료 제출은 거부했고, 2012년 1월 1일 KEC 사상 유래 없는 109명 승진승급을 진행했습니다. 관리자들 스스로 임금인상용 승진이라고들 합니다. 현장직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도 안주면서 임금삭감을 강요하고, 관리자들에게는 대규모 승진승급으로 연봉을 올리는 KEC에서 정리해고의 정당성은 찾을 수 없습니다.
곽정소 회장은 KEC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눈물을 기억해야합니다. 당신의 탐욕으로 우리는 쫓겨나지만 이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내쫓은 노동자들이 당신의 불법과 비리를 어떻게 바로잡는지 똑똑히 보여줄 겁니다.
한정희 / 구미지부 KEC지회 대의원
<출처:금속노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