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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노조 대의원 김치영씨,“정규직들이 대의원에 요구합니다. 비정규직 도와주라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파업이 장기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울산공장 5백여명이 울산1공장을 점거하고, 5백여명이 2·3 공장에서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전주공장과 아산공장에서도 부분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정규직과 섞여 일하는 비정규직은 파업하기 어렵다는 통념이 깨지고 있다. 사측이 관리자와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정규직이 정상조업하게 되면 비정규직의 파업은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심지어는 정규직이 비정규직 파업을 방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은 정규직이 엄호해주고 있다.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한 첫 날인 15일, 사측은 용역업체 직원들을 동원해 농성을 벌이려는 노동자들을 폭행하고 끌어냈다. 이를 지켜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분개해 파업이 확산 됐는데, 이후 용역업체 직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항의에 직면해야 했다.
전주공장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집회를 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자 사측이 대체인력을 투입했는데, 정작 일은 못했다. 정규직들이 대체인력을 막아 나선 것이다. 19일 전주공장은 공동 파업 출정식도 계획하고 있다.
울산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에게 나온 간식을 모아 농성 중인 비정규직 ‘동료’들에게 전달했다. 뭐 하나 도와줄 게 없느냐는 문의도 들어온다.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정규직이 돕고 있다
"노조 간부들보다 오히려 평조합원들이 비정규직 도와줘야 한다고 난리입니다.”
김치영(48)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소재생기(생산기술 관리) 대의원은 “정규직 조합원들의 인식이 눈에 띠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입사 25년차로 노조 집행부만 3차례 경험했던 김 대의원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에 보이는 관심과 열의에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파업 4일째를 맞는 18일. 김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동료들과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1공장을 찾았다. 모금한 지원금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정규직화가 비정규직에게는 생존권의 문제죠. 젊은 비정규직 후배들이 돈이 없어 결혼을 주저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이게 현실입니다.”
아무리 후배와 동료들이 측은해 보여도 자기 일처럼 관심을 갖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씨는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정규직의 ‘새로운 관점’을 전해줬다.
“정규직들 상당수가 40대입니다. 자식들이 취직할 때가 된 겁니다. 자식들 일자리가 비정규직 밖에 없는 현실을 직면하고, 자기 문제로 인식하게 된 거죠. 우리 공장에는 정규직의 자녀가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경우도 많아요.”
아버지는 정규직, 아들은 비정규직으로 한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노동운동을 오래한 김씨는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노동력의 가치가 떨어지고 결국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까지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이대로 가면 10년 안에 비정규직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갖가지 심각한 문제가 터질 겁니다.”
비정규직들은 물론 정규직들에게도 2004년, 2005년 투쟁의 기억은 아프게 남아있다. 정규직 노조 지도부에서는 당시처럼 처참하게 깨지지 않겠냐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씨는 “당시엔 비정규직 전체가 참여한 것도 아니었고 활동가들이 중심이 된 투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정규직도 단지 비정규직들 만의 문제로 치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 결과를 보고 비정규직이 정규직화 되면 자기 밥줄이 위협받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정규직들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심정적으로는 비정규직을 옹호하는 것도 사실이고 이 것은 큰 변화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의 정규직･비정규직 분열전술 이겨내고 단결하면 승리한다”
김씨는 “앞으로 회사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싸움 붙이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농성장 지원도 정규직 활동가의 중요한 역할이지만 정규직 조합원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정규직 노조가 따뜻하게 활동한 것도 사실입니다. 정규직들이 먼저 이기적으로 활동했던 측면을 반성해야죠. 지금 일고 있는 정규직들의 인식 변화, 비정규직에 대한 지지와 지원은 그 반성에서 출발합니다.”
“조합원들은 건강합니다. 늘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일하던 동생, 동료들의 문제라는 공감대가 넓게 퍼져있어요. 대의원이나 사업부 대표(노조 간부)들에게 ‘저렇게 고생하는데 안 도와줄 거냐’고 항의하는 분들이 많아요. 야근하던 조합원들이 중간에 나온 간식을 싸들고 농성장을 찾아가고 있어요.”
그는 비정규직들이 정규직을 우군으로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같은 라인의 형과 동료들에게 전화 한번 걸고, 편지 한 통 써서 같이 하자고 설득해야 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뭉치면 회사를 이길 수 있습니다.”
정규직들의 인식 변화는 사무직으로 번지고 있다고 김씨는 전했다. 흔히 ‘회사 편’으로 일컬어지는 사무직 노동자들도 사측의 지시에 동원되지만 마음은 회사에서 돌아섰다는게 김씨의 전언.
“법원에서 회사가 계속 졌어요. 사회적으로도 고립됐죠. 안에서는 사무직까지 마음이 돌아섰습니다. 회사는 궁지에 몰려있는 상황입니다. 이 싸움은 이겨야 합니다. 아니, 이겨야 끝날 싸움입니다. 비정규직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상황이고, 정규직은 그 어느 때보다 응원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그 어느 때보다 곤혹스럽겠죠. 이 싸움을 이겨서 후배들과 웃으면서 공장에서 만나고 싶습니다.”
<이 기사는 민중의 소리에서 발췌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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