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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저녁 먹자던 아버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더니…(2)


글쓴이: 교선부장

등록일: 2012-04-05 14:16
조회수: 1425
 

- 조선소가 '한국 사회 축소판'인 이유

대물림 사회, 이제 개천에서 용 안 난다


부가 대물림 되듯, 가난도 대물림 된다. 한국사회에선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나느냐가 삶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열심히 공부하면 어느 정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하지만, 그 폭은 무척 좁다. 계층 고착화 현상이 견고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한국사회가 외국에 비해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경제적 지위 변화가 활발했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가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간 941가구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은 저소득 가구보다 임금이 두 배 많은 고소득 가구의 자녀가 저소득 가구의 자녀보다 임금을 14.1% 더 많이 받는다.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이 수치가 브라질은 58%,영국은 45%,미국은 37%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수치도 앞으로는 역전될 전망이다. 핵심은 교육이다. 앞서 인용한 통계에서 조사한 대상은 학교를 마치고 취업을 한 상태다. 이들이 교육을 받던 시기는 이미 오래 전이다. 당시에는 가난한 집 자식들이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업을 갖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이런 경우가 빠르게 줄고 있다. 급팽창한 사교육, 아이들의 사교육 의존 심화 등이 맞물리면서 '잘 사는 집 아이들이 공부도 잘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명문대 신입생 가운데 경제적 상위계층에 속하는 가정의 자녀가 차지하는 비율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관련 기사: 집안 잘 살아야 SKY 대학 간다)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 가능성은 줄어든 반면, 부모 세대의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 정규직 일자리가 계속 줄어든 탓이다. 부모 세대 가운데 누군가는 정규직 일자리를 잃고 비정규직을 전전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최대 고민거리가 '상속'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온갖 불법, 편법 행위를 통해 경영권 세습을 하려 한다는 점은 이미 여러 번 소개됐다. 굳이 재벌 총수가 아니어도, 2000년대 초중반 부동산 가격 급등을 거치면서 부유층에겐 자녀 상속 문제가 최대 화두가 됐다.
 

공부 못하면, 장사라도?…재벌이 장악한 골목 상권

부모 세대의 양극화는 그대로 자식들에게 대물림된다. 여기에 교육 양극화 현상이 겹치면서 이런 구조는 날로 견고해진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공부를 못 한다면, 장사라도 하면 되지 않느냐고? 그것도 옛말이다. 소규모 자영업대기업에 잠식당한 지 오래다. 종잣돈으로 창업을 해도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35개 민간 대기업집단의 계열회사 변동현황을 보면 대기업 집단은 지난 5년간 652개사를 계열사로 신규 편입했다. 흡수합병, 지분매각으로 빠진 259개사를 제외하면 393개사가 증가했다. 매년 집단별로 2.8개씩 증가한 셈이다.

22개 그룹의 계열사 74개사는 식음료 소매·수입품유통·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등 중소기업 영역에 진출했다. 삼성·신세계(각 7개사), 롯데·GS(각 6개), CJ·효성(각 5개) 등 순으로 많았다.

업종별로 보면 식음료소매 19개, 수입품유통 18개 등 순으로 많았다. 교육서비스(5개), 웨딩서비스(2개)도 있었다. LED램프·출판 등 중소기업적합업종 품목에 들어간 계열사는 14개사, 중소기업중앙회사업조정 중인 대형마트·서점·MRO 등 업종은 21개사다. MRO는 사실상 기존 문구점과 겹치는 업종이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골목 상권에서 대기업과 경쟁해야 한다는 말이다.

승산이 없다. 대기업이 중소상인들의 업종에 뛰어든 경우는 대부분 총수의 자녀들이 지휘하는 경우가 많다. 쉬운 경쟁을 통해 경영 실적을 쌓으려 하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제빵 사업에 뛰어들었던 게 이런 경우다. 재벌 2, 3세가 빵집이나 문구점 사업을 할 경우, 재벌 계열사를 고객으로 삼을 수 있다. 판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영세 상인들이 경쟁상대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원청 사장 자식은 원청 사장, 하청 사장 자식은 하청 사장, 노동자 자식은?

다시 조선소 이야기로 돌아가자. 조선업계 1위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정몽준 의원재산은 2조227억6000여만 원이다. 그의 재산은 아버지 고 정주영 회장에게 물려받았다. 기사 본문에서 소개된 서 씨가 다니는 조선소 하청 업체 작업감독은 하청 업체 사장의 아들이 하고 있었다. 사장인 아버지가 물러나면 아들이 그 회사를 물려받을 예정이다.

원청 업체 사장 아들(정몽준)은 원청을, 하청 사장 아들은 하청을 물려받는 꼴이다. 아버지가 하청 노동자면 자식 역시 하청 노동자가 된다. 서 씨는 이런 대물림이 싫어서 발버둥 쳤지만, 결국 조선소 하청 노동자로 도돌이표를 찍었다. 조선소는 그래서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출처: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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