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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필요한 일이긴 한데…"
G20 회의를 앞둔 10일 새벽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근에 세워지고 있는 2m 높이의 안전경호벽을 바라보며 한 50대의 서울 시민이 말했습니다.
"우리가 G20을 유치하다니 기뻐요"와 같은 뻔한 대답을 기대하고 인터뷰를 청하는 줄 알던 한 시민.
인터뷰 도중 뭔가 말끝을 흐리는 것이었습니다.
"저기, 인터뷰 안하면 안될까요."
"네, 왜요?"
"필요한 일이긴한데... 사실은요.. 저는 그렇게 썩 좋게 보진 않아서요. 인터뷰 안하면 안될까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취재하러 나온 겁니다. 편하게 말씀 하세요."
"안전상 경호벽을 설치하는 거니 이해는 하는데 이번 G20은 너무 ‘오버’하는 게 많은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사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안타깝습니다."
이 시민에게 G20 은 기쁘면서도 어딘가 불편한 그런 행사였습니다.
인터뷰를 부탁하기 위해 붙잡는 시민들 중 열의 다섯은 손사래를 치고 도망가거나, 겨우 겨우 설득해 인터뷰에 응하던 시민들도 그리 썩 좋은 얘기만 털어놓지는 않습니다.
이날 서울 삼성동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시민은 이런 얘기를 하시더군요.
"뭔가 동원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거부감이 들어요. 지금이 80년대도 아니고 말입니다." (20대 후반 직장인)
어떤 시민은 이런 얘기를 합니다.
"줄반장 한번 하는 것으로 선진국 된다고 홍보하는 게 좀 이상해 보입니다." (30대 중반 직장인)
요즘 TV만 틀면 공익광고가 쏟아집니다.
'국격을 높이기 위해 G20 준비에 적극 동참하자'는 광고입니다.
그리고 시민들에게 적잖은 것들을 요구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시위를 하지 말자.
음식물쓰레기를 배출하지 말자.
등등등.
나라의 큰 행사이니 이 정도 불편은 감수하는 게 그리 큰 문제는 아니겠지요.
하지만 시민들에게 G20 회의는 아직 마음에서 우러나올 만큼 동참하고픈 의지가 샘솟는 행사는 아닌 듯 보였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이런 캠페인에 되레 거부감을 느끼고 있더군요.
경호벽이 설치되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민들의 표정이 밝지 않은 이유였습니다.
삼성동 인근에 직장을 둔 시민들은 조금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떤 시민은 "G20 하면 제게 돌아오는 게 뭐가 있나요" 라며 다소 이기적인(?) 말을 퉁명스럽게 내뱉고 사라지더군요.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G20 경호벽 안에서 안전하게 회의하고 돌아가길 바라지 않는 국민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경호벽이 무사히 설치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2년 전 광화문 네거리에 들어선 불통의 ‘명박산성’을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이후 시민사회와 정부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산이 놓인 듯 대립과 반목만 계속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이번에 설치되는 경호벽을 또 다른 ‘명박 산성’처럼 느끼는 국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동참하자'고 호소해 놓고는 또 국민 앞에 커다란 장벽만 세워두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좀 더 많은 국민들이 G20을 자신의 축제처럼 여기고 동참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미리부터 시민 사회와 소통의 노력을 기울여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취재를 마치고 제 트위터에 “‘G20 담벼락’이 설치되고 있다”고 멘션(mention)을 띄웠습니다.
이런 답장들이 오더군요.
"국격돋쥐"
"2010 명박 산성 탄생"
"G20 사파리 탄생"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맛있는 거 많이 드세요"
웃자며 보내온 일부의 민심일 수도 있겠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시민들의 솔직한 마음일 수도 있겠다’싶어 씁쓸하더군요.
<이 기사는 한겨레신문에서 발췌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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