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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저들 사정보다 내 등록금이 더 절박"


글쓴이: 조수원열사정신계승사업회

등록일: 2011-09-22 04:05
조회수: 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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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진중 용역이다’ 어느 19살 알바생 이야기

싸움 잘한다니 곧장 채용
‘2시간 근무 2시간 휴식’
24시간 내내 반복시켜
“동고동락 형님들 때리는
노조원에 분노도 생겨”


“저 아줌마는 대체 언제 내려오는 거야….”
지난 6월28일 오후,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동문을 사이에 두고 노조원과 용역의 대치가 지루하게 이어졌다. 땡볕이 내뿜는 열기는 85호 크레인을 달구었다. 동문 안쪽을 지키는 용역 유흥빈(가명·19)씨의 검은색 티셔츠와 모자도 땀에 젖어들었다.

노조원들이 함성을 지르며 동문으로 들어오려 할 때면 문 안쪽의 유씨는 움찔했다. 유씨의 머릿속엔 “노조원이 10명 미만이면 너희가 무조건 막고 그 이상이면 도망가라”는 경비업체 팀장의 말이 맴돌았다. 유씨는 “노조원만큼이나 그들이 만나러 왔다는 크레인 위의 김진숙이라는 아줌마가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유씨는 유난히도 날씨가 궂었던 지난여름 내내 용역으로 살았다.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충남 아산 유성기업, 서울 명동 3구역 철거 현장 등 올해 들어 갈등과 충돌이 벌어진 대표적인 현장은 모두 유씨의 일터였다. 그가 용역 일을 알게 된 것은 방학이 시작된 6월 말이었다. 유씨는 아르바이트 누리집을 뒤지다 일당 5만원에 숙식까지 제공해준다는 서울의 ㅈ경비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팀장이라는 사람은 유씨에게 신체 조건과 운동 경험을 묻더니 무조건 올라오라고 했다. 집이 지방인 유씨는 다음날 검은 정장 등 옷가지 몇벌을 챙겨 서울로 올라와 면접을 봤다. 키 184㎝, 몸무게 90㎏, 유도 1단인 유씨는 “싸움 잘하냐”는 팀장의 질문에 “어렸을 때부터 싸움은 자신 있다”고 대답했다. 그 자리에서 채용이 확정됐다.

바로 다음날 유씨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로 내려갔다. 특수부대원 출신으로 근육질 팔뚝에 그려진 문신이 유난히 돋보였던 같은 회사 직원 4명도 유씨와 함께 부산행 버스에 올랐다. 유씨는 노동자들의 집회가 주로 열렸던 영도조선소 동문이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농성중인 85호 크레인 옆 86호 크레인을 같은 또래의 용역 대여섯명과 함께 지켰다. 경비원은 직무에 관한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유씨가 받은 교육은 “눈에 힘을 주고 꼿꼿하게 서 있으라”는 게 전부였다.

유씨는 세차게 내리는 비와 땡볕 아래에서 2시간 동안 근무하고 45인승 버스 안에서 새우잠을 자며 2시간 휴식 하는 것을 24시간 내내 반복했다. 가끔 노조원이나 그 가족들과 마주칠 때면 “더러운 용역 00”라는 욕설을 듣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신이 멍해지고 귀찮아져 욕을 먹어도 무덤덤해졌다”고 유씨는 말했다. 그는 부산에 온 지 열흘 만인 7월 초 부산을 떠나 충남 아산의 유성기업에 하루 동안 머물렀다. 노조가 파업을 한 이곳에서 유씨의 임무는 공장 내부를 순찰하는 것이었다. 이어 서울의 한 재개발조합 총회에서 재개발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을 뜯어말리기도 했다. 일이 없는 날이면 ‘형님’이라고 불렀던 같은 회사 직원들의 무용담을 듣기도 했다. 그때마다 직원들은 유씨에게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면 건달처럼 되는 게 당연하지만 먹고살려면 이런 일이라도 해야 한다. 돈 받고 하는 합법적인 일이니 떳떳하게 열심히 하라”는 조언을 했다. 유씨는 몇 주 동안 동고동락한 형님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먹고살려고 목숨 걸고 일하는 형님들을 때리는 노조원들에 대한 분노가 생겼다”고 했다.

7월 말 유씨는 철거작업이 진행되던 서울 명동 3구역에서 노란 안전모를 쓴 철거용역이 됐다. 철거작업에 투입될 중장비가 새벽 5시부터 들어올 예정이었기에 유씨는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새벽에 나와 15시간 동안 현장에서 근무했다. 유씨는 “세입자들이 뭐라고 하는지 크게 신경이 쓰이지도 않고 관심도 없었다”고 말했다.

지방대 미대 1학년인 유씨가 첫 여름방학 5주 동안 전국을 돌며 일한 대가는 120만원이었다. 그는 이 돈으로 한 학기 등록금 일부와 생활비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유씨는 용역 아르바이트를 선택한 게 순전히 돈 때문이었기에 이 일에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유씨는 “저들의 사정이 어떻든, 나도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절박한 사정이 있다. 돈 받고 하는 일이니 까라면 깔 수밖에 없다”고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다음 방학에도 자리가 생긴다면 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겨레신문에서 발췌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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