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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수원열사 16주기 추모제를 맞으며......


글쓴이: 조수원열사정신계승사업회

등록일: 2011-12-21 14:54
조회수: 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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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수원동지를 처음 만난 것은 아마도 1990년 가을이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찌 알았는지 일을 하고 있는 현장으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는 대뜸 편집부원을 모집하고 있는데 같이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는 나에게 조수원 동지는 나중에 보자며 뒤돌아갔습니다.
그렇게 조수원 동지와의 만남이 시작되었고, 그렇게 시작된 만남이 동지의 마지막까지 함께 하게 될 줄은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랬습니다.
16년 전 오늘도 12월의 차가운 바람이 복도 끝 비상구 문틈사이로 스산하게 불어오던 날의 이른 새벽 이었습니다. 나의 잠자리는 항상 비상구 옆 복도 한 모퉁이에 자리 잡은 조그만 선반 위에 있었습니다. 잠자리라고 해야 선반위의 물건들을 치우고 만든 자리에 스티로폴 한 장에 이불 한 장이 다였지만 그때는 그렇게 포근하고 안락할 수가 없었습니다. 또 동지들의 코고는 소리를 피해 잠들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곳이 그렇게도 안락하고 포근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곳에 누워 생각에 잠기노라면 식당 한구석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지들의 목소리가 도란도란 들려오고, 또 어떤 날은 그 날의 투쟁 무용담부터 내일의 투쟁을 위해 열변을 토하는 동지들의 투쟁 열기가 전해지기도 했으며, 또 어떤 날은 술 한 잔 걸치고 부르는 투쟁가 소리가 정겹게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였나 봅니다.

그 날도 그랬습니다.
동지들의 정겨운 노랫가락을 들으며 잠들었는가 싶었는데 스산한 바람소리에 눈을 뜨니 어느새 이른 새벽이었습니다. 여느 날과 같이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식당 구석 한켠에서 피곤한 몸을 추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놀란 눈으로 다급하게 뛰어오시면서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계단에 사람이 죽은 것 같은데 혹시 그쪽 사람 같으니 빨리 가보자”며 나의 손을 이끄셨습니다. 나는 아주머니와 함께 정신없이 뛰어갔습니다. 그 짧은 거리를 뛰어가는 와중에도 “아마 우리 동지는 아닐꺼야”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아주머니가 가리키는 5층과 6층 사이 계단으로 뛰어갔습니다. 그 순간 나는 숨이 멎을 것 같았습니다. 그곳에는 조수원동지가 계셨습니다.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서 잠시 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나는 또다시 뛰어갔습니다. 동지들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정신없이 뛰었습니다. 20m도 채 안되는 거리가 그렇게 멀게 느껴지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나는 동지들을 향해 소리 쳤습니다. “큰일났다. 조수원동지가 죽었다!”
나의 외침에 깜짝 놀란 동지들이 헐레벌떡 일어나 조수원동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그곳에 도착한 동지들 또한 놀란 가슴에 한동안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조수원동지는 우리들 곁을 떠나갔습니다.

조수원열사는 1967년 강원도 태백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1986년 1월 대우정밀 입사하면서 노동자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조수원열사는 1987년 대우정밀 노동조합 설립을 시작으로 1989년 노동조합 편집부장으로 활동을 하셨습니다.

1991년 임금인상과 단체협약 갱신투쟁, 그리고 자본과 정권의 전노협 탈퇴 공작에 맞서 선봉에서 투쟁하셨으며, 같은 해 6월3일 새벽 공권력 침탈로 특례의무 4년 6개월 정도를 근무하고 특례기간 6개월을 앞두고 6월 18일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하였습니다.

조수원열사는 1991년 8월 병무청의 부당한 입영영장 발부에 맞서 강제징집거부 투쟁을 하였으며, 같은 해 7월 대우정밀, 현대중공업 병역특례해고자들과 함께 “강제징집 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상경투쟁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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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원열사는 (주)풍산, 대우정밀 등 영남지역 병역특례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19991년 12월 7일부터 10일까지 부산대학교 문창회관에서 강제징집 철폐와 병역악법 개정을 위한 단식투쟁을 전개하였습니다.

조수원열사는 1993년 9월 11일 병역특례 해고 노동자 8명과 함께 서울역에서 열린 제4차 전국 해고 노동자대회(전국 구속․수배․해고노동자 원상회복투쟁위원회 주최)에 참여하여 삭발․단식투쟁을 결의하고 10월 18일까지 38일 동안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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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원열사는 1993년 5월25일 대우그룹과 해고자복직을 합의하였지만 병역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1995년 12월 15일 새벽. ‘정든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 ‘어머니, 아버지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던 간절한 소망을 모두 내던지고 동지들 곁을 떠나셨습니다.

조수원열사의 죽음은 자본과 권력에 죽음으로써 항거한 것이었으며, 사랑하는 동료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른 투쟁이었습니다.

조수원열사는 1996년 1월 6일. 29년 이라는 짧은 생을 마감하시고 솥발산 묘지에 영원한 안식을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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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조수원열사가 떠나신지 벌써 16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강산이 변해도 두 번은 변했을 시간.
자본과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노동탄압 속에 무기력하게 변해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16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조수원열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41년 전 전태일 열사가,
16년 전 조수원 열사가,
8년 전 김주익 열사가 그랬듯이

살기위해 목숨을 걸어야하는 야만의 시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에서,
한진중공업에서,
풍산마이크로텍에서

그리고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전국의 6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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