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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서울 성북구 공립 초등교 6학년 ‘무상급식’
“내가 급식비 안 내는 것을 친구들이 알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는데 이젠 그런 걱정 안 해 좋아요.”
겨울방학을 며칠 앞둔 지난달 21일. 서울 성북구 보문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혜진양(가명·13)은 무상급식이 실시된 이후 “점심시간에 마음 편하게 밥 먹고 있다”고 말했다'
혜진양의 집은 기초생활수급 가정이다. 어머니·언니와 함께 세 식구가 방 한 칸짜리 월세 집에서 산다. 어머니 김모씨(44)는 5년 전 이혼 후 가계를 꾸리기 시작했다. 봉제 공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이들을 키웠다. 그러나 3년 전 뇌병변으로 쓰러지면서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후유증으로 장애까지 얻었다.
김씨는 주민센터의 도움으로 월 50만원 정도의 기초생활비를 지원받고 있다. 집세로 20만원을 지출하기 때문에 30만원 남짓한 돈으로 한 달을 나야 한다. 그는 “그럭저럭 산다기보다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급식비가 한 달에 3만원 정도예요. 남들은 그게 부담되느냐고 의아해할지 모르겠지만 저희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 지원도 보통 큰 게 아니죠.”
성북구는 지난해 구내 24개 공립초등학교 6학년생을 대상으로 2학기 무상급식을 실시했다.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처음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자녀 400여명을 포함해 4354명이 점심값 걱정 없이 한 학기를 보냈다.
김씨는 “구청돈이든 나랏돈이든 모든 학생에게 똑같이 밥값을 주면 점심시간만이라도 빈부차이가 없어지는 거 아니냐”며 “무상급식이 이뤄졌던 지난 학기 동안은 마음 부담이라도 덜었다”고 말했다. 혜진양은 “선생님은 내가 급식비 지원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만 친구까지 아는 것은 싫었다”며 “2학기에는 다른 아이들도 다 (급식비를) 안 냈으니까 괜찮았다”고 했다.
성북구 주민 이모씨(37)도 6학년 초등생 아들을 둔 학부모다. 그는 학교 행정실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울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급식비가 연체됐다며 납부하라는 전화였어요. 학교에서 가정통신문도 보냈는데 못 받았느냐고 하더라고요. 돈이 있었으면 바로 냈겠죠. 어느 부모가 아이 급식비를 일부러 안 내겠어요?”
일선 학교에서는 급식비가 연체될 경우 1차적으로 행정실에서 학부모에게 연락을 한다. 연체가 지속되면 행정실에서 2차로 안내문을 담임교사에게 전달, 아이에게 나눠준다. 이씨는 “아이가 통신문을 받아 온 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씨는 3년 전부터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남편이 집을 나가 연락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동네 마트에서 오전에만 수납일을 하고 월 80만원 정도를 받는다.
한 부모 가정으로 인정을 받으면 주민센터의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서류상 아직 부부라 증명할 길이 없다. 교육청 지원도 건강보험료 기준이 맞지 않아 담임교사의 추천을 받아야 아이 급식비 감면이 가능했다.
이씨는 “학교에 지원을 신청했다가 혹시 알려지면 아이가 상처를 받을까 걱정이 돼 선뜻 학교에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들(13)은 “선생님이 가정통신문 주시면서 따로 불러 ‘집안 사정이 안 좋으냐’고 물으신 적이 있다”며 “집안 형편을 잘 몰라서 제대로 대답을 못했다”고 했다. 이씨는 “학교에서 먹는 점심도 교육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아이는 무상급식을 지난 학기 한 번밖에 못 해봤지만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경향신문에서 발췌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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