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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열사 이운남은 아프게 죽었다


글쓴이: 교선부장

등록일: 2012-12-25 00:47
조회수: 922
 

열사 이운남은 아프게 죽었다.

현대중공업의 폭행, 왕따, 위장폐업으로 마음의 상처 안고 운명

 

80세가 넘은 정정한 노모는 먼저 간 아들을 향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현대중공업 정문 가까이 있는 울산대병원 영안실에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지난 22일, 19층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만41세의 짧은 삶을 마감한 이운남 열사의 분향소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는 23일 이운남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을 노동열사로 모시기로 결정했다.

 

고인은 8남매의 일곱째였고 홀홀단신으로 곁에서 돌봐줄 사람도 없었지만 분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울산지역 노동자들과 활동가들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조문객들이 찾아들었다. 조문객들은 2003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창립과 2004년 박일수 열사 분신 투쟁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운남 열사를 떠올리게 하는 건 현대중 자본의 무자비한 폭행과 탄압이다.

 

고인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창립발기인이자 첫 조직부장이었다. 지회는 2003년 저임금과 현장통제에 반발해 노조를 설립했으나 현대중공업의 무지막지한 탄압을 받았다. 고인은 노조설립 한 달 만에 부당해고를 당했다.

 

노조파괴가 낳은 죽음

고인은 왜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을까. 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이운남 동지의 죽음은 현대중공업 폭력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으나 생활고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한 사내하청 노동자의 죽음”이라고 규정한다. 현대중공업은 잔인하게 노조를 파괴했고, 이로 인해 다른 한 조합원 역시 정신질환을 얻어 지금까지 고향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노조파괴를 위한 현대중공업 경비대의 폭행은 일상이었다. 한 조합원 말처럼 “현대중공업은 용역이 따로 필요 없어요. 경비대가 그 역할을 다 하거든요.” 그러나 고인 마음의 병을 더 깊게 만든 것은 같이 일하던 동료를 이용한 회사의 따돌림 전략이었다.

 

이운남 열사는 보통 조선소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일감을 따라 옮기는 것과 달리 7년간 같은 업체에서 일하고 있었다. 노조가 생기자 회사는 업체를 폐업했다. 업체 폐업이 노조 때문이라는 회사의 거짓말에 넘어간 동료들은 이운남 열사를 강제로 공장 밖으로 내동댕이쳤다. 7년 동안 형, 아우, 친구였던 동료들의 폭력은 이운남 열사를 정신적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2004년 2월 14일 박일수 열사 분신 뒤 3일만에 이운남 열사는 현대중공업 공장 내 크레인 점거농성을 했다. 현대중공업 경비대의 폭행은 무지막지 했다. 당시 함께 활동했던 조합원은 “연행될 때 폭행은 물론이고 바지를 벗기고, 입을 틀어막은 뒤 돼지바비큐처럼 양발과 양손을 묶어 공장 밖으로 던졌어요”라고 증언한다. 고인은 곧바로 구속됐다. 출소 뒤 이운남 열사의 심리적 상태는 매우 불안하고 심각했다. 조합원들이 정신치료 병원 앞까지 데리고 갔으나 환자를 철창에 가두는 병원이 못 미더워 다시 데리고 나왔다고 한다.

 

희망버스도 타고 비정규투쟁 연대도 하고

이운남 열사의 상태는 다시 평온해진 것 같았다. 생계를 위해 택배노동자로, 택시노동자로도 일했다. 일하며 현대차 비정규 투쟁에 연대하고 희망버스를 타고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 가기도 했다.

 

생계를 위해 택시노동자로 일하다가 최근 마음의 병이 도졌다고 한다. 고인이 일했던 화진교통 사측은 최근 중앙노동위에서 부당해고 판결이 난 택시해고자들에 대해 함께 일할 수 없다는 연판장을 다른 택시노동자들에게 돌렸다. 이운남 열사는 현대중공업 자본이 자신에게 저지른 폭력적 따돌림이 악몽처럼 살아나는 걸 느꼈다고 했다. 고인은 이에 항의하며  택시회사를 그만뒀다.

이운남 동지 자결 하루 전인 12월21일 현대차 자본이 파업하는 비정규조합원에게 무자비하게 폭행을 가한 사건 소식을 들었다. 같은 날 한진중공업 자본의 노조 파괴 압박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강서 열사의 소식까지 전해졌다.

 

현대차, 한진중, 화진교통 자본의 가차없는 폭행과 노조 파괴 행위는 이운남 열사에게 현대중공업이 저지른 모든 폭력 만행을 떠올리게 했을 것이라고 주변 동지들은 말한다. 이운남 열사를 마지막으로 본 증인들은 이런 사건들이 마치 자신 탓인 양 매우 괴로워했다고 한다. 정상적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한다. 주변 동료들이 병원에 입원시키려 했으나 하필 토요일이라 입원자리가 없었다. 고인은 결국 제대로 치료 받지 못 하고, 자신이 겪었던 정신질환의 이름조차 알지 못 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래도 조선소에 희망을

이운남 열사을 떠낸 보낸 이틀 뒤인 12월 24일 새벽 6시 50분. 살을 에는 추위가 몰아치는 현대중공업 정문 앞.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도보로, 자전거로, 오토바이로, 자가용으로 출근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은 이운남 열사를 추모하자는 유인물을 돌렸다. 같은 시각 정문 가까운 곳에서 현대중공업노동조합 간부들이 ‘성과금 257% 확정’ 내용이 실린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1만7천명의 정규직에 2만9천명(추정치)의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일하는 현대중공업에서 한 사내하청노동자의 죽음은 어떤 것일까. 조선소 현장의 희망은 있을까.

 

하창민 지회장은 “우리 스스로 힘으로 극복했을 때 지킬 힘이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하 지회장은 “현장에 희망이 있으니 이렇게 싸우고 있는 것 아닌가. 지금도 지회에 제보하고, 방문하고, 노조 가입을 문의하는 연락이 여전히 오고 있다”고 말한다. 사내하청노동자들의 노조 가입도 조금씩 늘고 있다는 희소식이다.

 

현장이 꿈틀거릴 날을 위해 희망을 품고 활동하는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과 한 많은 짧은 인생을 뒤로 한 이운남 열사는 12월 26일 노동열사장에서 만난 뒤 장지인 양산 솥발산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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