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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근속 8년차 현대차 비정규직 A씨가 싸우는 이유
“제가 여기서 8년을 일했습니다. 똑같은 작업을 두 시간은 정규직이, 두 시간은 비정규직이 합니다. 전혀 다르지 않아요. 그런데 회사가 우리를 이렇게 나눠 놓습니다. 정규직, 비정규직이라고 말입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A씨(44)는 점거농성 현장인 1공장에서 근무한다. 근속 8년차.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 모두 A씨에게 ‘현대자동차에서 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A씨도 그렇다.
두 시간은 비정규직이, 두 시간은 정규직이 일하는 곳
사수대가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공장 계단 아래 1층이 그가 일하는 곳이다.
차량 안에 들어가는 배선 부품을 작업 공정에 맡게 배열해서 다음 공정에서 작업을 순서대로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그가 하는 작업이다.
그가 일하는 공정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혼재돼 일한다. 2인 1조를 이뤄 똑같은 작업을 비정규직조가 두 시간 한 뒤 정규직조가 두 시간을 작업을 하는 식이다. 정규직이 작업한 차량인지 비정규직이 작업한 차량인지 귀신도 구분할 수 없다.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처우는 천지차이가 된다. A씨는 “정규직을 100으로 치면 비정규직은 60이다. 시간급과 성과급, 복지가 모두 60% 선으로 맞춰진다”고 말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똑같은 작업표준서를 보고 일해 왔다. ‘동일 노동’이라는 증거다. 이 사실이 지적되자 어떤 하청업체는 작업지시를 새로 만들어 서류에만 등록해 놓기도 하고 어떤 공정에서는 아예 작업표준서를 없애버렸다. 그래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일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작업공간에 칸막이를 쳐 놓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A씨는 “내가 속해있다고 하는 하청업체 사장이 ‘허수아비’라는 사실은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심지어 회사 관리자들도 다 아는 주지의 사실”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 역시 처음 고용계약서를 쓰고 회사에 들어올 때는 하청업체 사장을 ‘우리 사장님’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현대차 관리자들이 작업지시를 내리는데다 직원은 그대로 있는데 갑자기 하청업체 사장이 바뀌는 현실을 보면서 ‘사장님’이 더 이상 ‘사장님’이 아니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 특히 A씨는 2004년 노동부에서 현대차의 사내하청업체가 불법적 파견이라는 판정을 내린 뒤부터 ‘내가 몸담은 회사는 현대차, 우리 오너는 정몽구 회장’이라는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됐다.
A씨는 “불법파견 판정 후부터 지금까지 6년 동안 언젠가는 정규직화를 이뤄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노동부가 불법파견 판정을 했지만 검찰에서 수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이 너무 억울했다. 그때 이번 7.22대법원 판결처럼 됐더라면 지금 싸우고 있는 노동자 중 대다수는 이미 정규직이 됐을 것이다.
올해 나이 마흔 넷. 적지 않은 나이다. 강제진압의 위험도 있고 해고의 위협도 있다. 점거농성이 불안하지 않을까.
A씨는 “정당하니까 불안감보다 자신감이 있다”며 “2004년보다 조합원 수도 많고 대법원 판결까지 이겼으니 이제 10년 가까이 투쟁한 결실을 맺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같은 1공장에서 지게차를 모는 동갑내기인 B조합원이나 변속기에서 일하는 근속 11년차 C조합원(45)도 인터뷰를 거든다. 입을 모아 “이번에는 반드시 이긴다”고 말했다.
"사업하는 친구도, 동네 아줌마도 비정규직 투쟁 지지한다“
A씨가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비단 공장 내부의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친구들 중에 장사나 사업하는 사람도 많은데 비정규직 문제는 지지해주는 사람이 많다. 며칠 전에는 동네 아줌마들을 슈퍼에서 만났는데 우리 투쟁을 지지한다고 하더라.” A씨가 밝게 웃어 보인다.
A씨가 정규직의 꿈을 이뤄야 하는 이유는 ‘자식’ 때문이기도 하다. 근속 7~8년에서 10년을 넘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벌써 나이가 40대 중반이다. 자녀들이 대학생이거나 직장을 구할 나이를 넘기고 있다.
정규직이 되면 자녀 교육이나 결혼 준비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일해 온지 벌써 10년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생산직에서 3년째 정규직을 뽑지 않고 있다. 필요한 인원은 모두 비정규직이 채우고 있다. 하는 일은 똑같고, 10년동안 일을 시켜도 비정규직으로 유지하고 있으니 굳이 회사가 정규직을 뽑을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A씨는 자신의 처지도 문제지만 ‘자식들은 번듯한 직장을 구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했다. “한국 최대 공업도시 울산에서 젊은이들이 직장을 구하려고 외지로 나가는 게 현실이다.”
A씨는 “전국의 비정규직들이 우리 현대차 투쟁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고 이 싸움의 결과에 관심이 많지 않겠느냐”면서 “그 사람들의 응원을 잊지 않겠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꼭 이겨서 정규직이 되겠다”고 말했다.
A씨가 가족에게 ‘나 정규직 된다’는 말을 전할 수 있을까.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는 A씨와 동료들. 결연한 그의 표정에서 여유마저 느껴진다.
<이 기사는 민중의 소리에서 발췌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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