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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사업자금 마련 위해 “한쪽 눈 봉사할 생각”
ㆍ대통령에 편지 보내 “작업시간 줄여달라”
ㆍ버스비로 동료 풀빵 사주고 걸어다니기도
전태일은 가난했다. 삶부터 죽음까지 그랬다. 그는 1948년 9월28일 대구에서 전상수씨(1969년 작고)와 이소선씨(81)의 2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봉제기술자이던 아버지는 조그만 공장을 운영했지만 번번이 사업에 실패했다. 한창 공부할 나이에 전태일은 서울과 대구 등을 오가며 돈벌이에 나서야 했다.
남대문초등학교를 1년 남짓, 대구 청옥고등공민학교를 몇 달 다닌 것이 학력의 전부지만 학업에 대한 열의는 대단했다. 전태일은 수기에서 청옥고등공민교 시절을 회상하며 “다림질을 하면서 영어단어를 외우다가 손끝이 다리미에 닿으면 깜짝깜짝 놀라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67년 2월20일 쓴 일기에선 “시청 뒤 보건사회부 옆 학원사 2층에 가서 연합중고등 통신강의록 중학1권을 150원에 샀다. 이로써 희미해져가는 배움의 정신을 내 마음 한곳에 심한 타격을 줌으로써 다시 똑똑하게 그리고 단단하게 부들어(붙들어) 맨 것”이라고 적었다. 또 “남은 다 하는데 나라고 못할 리가 어디 있어. 해보자. 해라”며 진지한 다짐도 남겼다.
아버지 어깨너머로 재봉틀일을 배운 전태일은 65년 열일곱 나이에 평화시장의 삼일사에 견습공으로 취직했다. 재봉틀사와 재단 보조를 거쳐 67년 재단사가 됐다. 당시 도봉산 기슭에 살던 전태일은 버스 요금으로 ‘시다들’에게 풀빵을 사주고 집까지 걸어다녔다. 이따금 통금시간에 걸려 파출소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
그는 재단사가 되면 업주와 협의해 여공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대화’로 근로조건을 개선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아버지에게서 근로기준법의 존재를 전해 들은 것도 이 무렵이었다.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지키며 노동자에게 인간다운 대우를 해주는 모범공장을 만들려는 사업계획을 세웠다. 실천방법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는 70년 3월17일 쓴 글에서 “나는 학력이 없으므로 대학 동창이 없다. 또한 집안 친척 중에도 나의 필요한 만큼의 자금을 될(댈) 만한 사람도 없다”며 “한쪽 눈을 사회에 봉사할 것이다. 눈을 사회에 봉사하고 나는 사회의 자금주를 소개받을 것”이라고 적었다. 같은 달 24일 한 일간지에 실린 실명자에 대한 기사를 보고 당사자에게 “저의 한쪽 눈을 김형께 드리겠습니다”고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박정희 대통령에게는 “1일 15시간의 작업시간을 10~12시간으로 단축해주십시오. 일요일마다 휴일로 쉬기를 원합니다. 건강진단을 정확하게 하여주십시오”라며 서한을 보냈고, 노동청에 평화시장 피복제품상 종업원 근로개선 진정서도 냈다. 노동청은 “요구조건을 들어줄 테니 참으라”고 달랬으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70년 11월13일 전태일은 평화시장 앞길에서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열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며 분신했다. 이날 밤 10시쯤 그는 “엄마, 배고프다”란 말을 남기고 숨을 거뒀다. 스물둘의 나이였다.
<이 기사는 경향신문에서 발췌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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